아직도 전세계적으로 왕성하게 진행 중인 회사의 목적에 관한 논의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도 누차 언급한 바 있다. 연일 쏟아지는 문헌을 일일이 소개할 수도 없어 짐짓 외면하고 있는 처지지만 오늘은 다방면에 걸친 이 논의의 큰 줄기를 비교적 짧은 지면에 정리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Holger Fleischer, Corporate Purpose: A Management Concept and its Implications for Company Law, European Company and Financial Law Review (ECFR), Vol. 18, No. 2,pp. 161–189, April 2021. 저자는 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소개한 독일의 대표적인 회사법학자이다.
저자는 회사의 목적에 관한 논의가 단순히 하나의 유행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업활동의 수행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글의 목적은 경영상의 개념인 회사의 목적을 회사법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검토하는 것이다. 저자의 글은 강연을 토대로 한 것인데 본론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II장은 회사의 목적에 관한 논의의 역사적 발전에 대해서 살펴본다. 회사의 사회적책임(CSR)의 가장 원초적 형태인 회사의 자선행위를 역사적으로 검토한 후 CSR에 관한 과거와 현대의 논의를 간단히 정리한다. 역사적 검토에서는 저자의 풍부한 역사에 관한 식견이 배어나고 있는데 유럽에서는 기업이 발생초기부터 강한 종교적 성격을 수반하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대의 논의는 Colin Mayer와 Alex Edmans가 자신들의 저서에서 주장한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그는 현재의 논의는 단순히 회사가 거둔 이익의 일부를 사회와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이익의 창출과정에서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주장한다.
회사법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III장이다. III장에서는 회사의 목적과 회사법의 접점을 다음 4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➀회사의 목적을 정하는 회사의 기관은 이사회인가 주주총회인가? ➁회사의 (사회적) 목적을 정관에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➂경영상의 개념인 회사의 목적과 회사법상의 개념인 회사의 목적은 어떻게 관련되는가? ➃이사회는 공익적인 회사목적을 실현하는데 어느 정도의 재량을 갖는가? 저자는 이상의 문제가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본다.
IV장에서는 Mayer와 Edmans가 제시한 구체적인 제안, 즉 강행적인 제정법상의 목적조항, 목적에 관한 주주총회 표결, 이중목적을 가진 회사형태 등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