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매도요구권조항의 취약성

비공개회사에 대한 소수지분투자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입구인 투자대상의 선택과 출구인 투자자금의 회수가 적절해야 한다. 양자는 모두 중요하지만 법의 역할은 특히 후자의 경우에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대상회사가 IPO를 하는 경우에는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 자금회수의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하여 계약서에 삽입되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right)조항이다. 이 조항은 지배주주가 IPO나 주식매각에 소극적인 경우에 소수주주가 나서서 자신의 보유주식과 지배주주의 주식을 모두 같은 가격으로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지배주주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소수주주와 제3자가 가격에 대한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지배주주의 협조가 필요하다. 회사의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회사의 각종 정보를 검토하는 정밀실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지배주주의 협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그 이슈를 다룬 분쟁에 관한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대법원 2021.1.14.선고 2018다223054 판결). 이 판결에 대해서는 畏友인 윤진수 교수의 상세한 평석이 있다. 정지조건 성취 방해로 인한 조건 성취의 의제 여부, 민사법학 제96호(2021.9) 311-343면.

대법원은 지배주주는 제3자의 실사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며 지배주주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조건성취방해에 관한 민법 제150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민법 제150조 제1항이 방해행위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이 유추적용되는 경우에도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조항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이 사건 매각절차가 기업의 지배권을 이전하기 위해 주식을 양도하는 기업인수절차와 같고, 기업인수계약과 마찬가지로 본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매우 복잡하며 여러 가지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을 가진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또한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조건 성취 방해에 따른 조건 성취를 의제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정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 원고가 갖는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의 내용을 정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설사 지배주주의 비협조가 “방해행위에 준[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소수주주는 구제받을 수 없었을 것임을 시사하였다.

윤교수는 평석에서 대법원의 판단을 민법적 관점에서 지지하고 있다. 민법적 쟁점에 관한 윤교수의 견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사안에서 재무적 투자자인 원고의 기대가 무너진 결과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런 결과는 원고가 계약서를 보다 주의 깊게 작성하지 못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법원판결은 동반매도요구권조항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동반매도요구권조항을 작성할 때는 지배주주의 협조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위반할 경우의 구제수단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정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법원도 동반매도요구권조항을 해석할 때 너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소수지분투자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소수지분투자가 위축될 것은 당연하다. 재무적 투자가 위축되면 자금난에 처한 기업에 좋을 것이 없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에도 좋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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