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관투자자, 특히 Big Three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이미 이 블로그에서 수차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그에 대한 비판론과 관련해서는 작년 12월 Bebchuk교수의 논문을 소개하기도 했다(20 22.12.20.자). 오늘은 독점금지법의 관점에서 이들 기관투자자의 행동을 비판한 논문을 소개한다. Danielle Chaim, The Corporate Governance Cartel (2023) 저자는 Bar Ilan이란 이스라엘 대학의 조교수로 재직 중인 소장학자이다.
이제까지 기관투자자에 대한 독금법의 관심은 주로 이른바 공동소유(common ownership)의 문제, 즉 기관투자자들이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에 투자함에 따라 투자대상기업 사이의 경쟁이 제한되는 문제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 논문은 투자대상기업이 아니라 투자하는 기관투자자사이의 경쟁이 제한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기관투자자들은 지분의 비율도 높아졌을 뿐 아니라 투자대상회사를 상대로 공동전선을 펴는 사례가 늘었다. 기관투자자들 사이의 이런 연대는 회사법적 관점에서는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 문제를 완화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기관투자자들의 연대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효과에 주목한다. 저자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관계에서는 같은 처지에 있는 주주이지만 자본시장에서는 경쟁하는 사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발행시장에서는 좋은 주식을 더 많이 배정받으려 경쟁하고 유통시장에서는 자산운용사로서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 경쟁한다. 저자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회사의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연대하는 경우에는 자신들이 경쟁하는 자본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례로 차등의결권주식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공동대처를 들었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차등의결권주식을 둘러싼 주주와 경영자의 대립에 관해서는 2023.2.4.자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본론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장에서는 기관투자자 연대의 등장과 그 독금법상의 문제점에 대해서 설명한다. II장에서는 차등의결권주식에 대한 이들 투자자 연대의 공격에 대해서 살펴본다. III장에서는 투자자 연대의 행동을 독금법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저자는 이런 연대가 특히 발행시장에서 일종의 구매자 카르텔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 효과를 가격인하를 가져오는 효과와 일몰조항의 채택과 같이 지배구조조건을 변화시키는 효과의 두 가지로 구분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차등의결권주식을 수용하는 대가로 발행회사가 발행가격을 인하하도록 만든다. IV장에서는 이러한 독금법적 분석이 시사하는 정책적 함의를 정리한다. 저자는 규제당국이 기관투자자 연대에 대해서 면밀히 감독하여 시장에 영향을 미칠 집단적 행동을 통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는 급속히 확산된 지배구조 모범규준도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