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거시적 관점에서 회사법의 변화를 다룬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Steven A. Bank & Brian R. Cheffins, Corporate Law’s Critical Junctures, 77 THE BUSINESS LAWYER (Winter 2021‐2022) Bank는 UCLA, Cheffins는 Cambridge의 법학교수이다. 두 저자 중에는 이미 이 블로그에서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Cheffins교수가 상대적으로 유명한 학자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논의의 대상인 회사법을 증권법을 포함한다는 면에서 넓게, 그리고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격이 강한 州회사법을 배제한다는 점에서는 좁게 정의한다. 이런 의미의 회사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하기 보다는 급격한 변화와 지속된 정체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존재하는데 이 논문의 목적은 바로 그 요인을 탐구하는 것이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논문의 본론은 크게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I장에서는 회사법의 변화를 설명하는 기존 이론, 특히 그 요인을 주가의 폭락(crash)에서 찾는 견해를 소개한다. 저자들은 폭락만으로는 회사법의 변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 대안으로 저자들이 제시하는 것은 사회과학분야에서 활용되는 이른바 “결정적 시점”(critical juncture) 이론이다. 여기서 말하는 결정적 시점은 커다란 변화가 가능한 역사적 순간을 가리키는데 III장에서는 그 이론의 개요를 설명한다.
이어서 IV장에서는 결정적 시점 이론의 관점에서 회사법 역사상의 3대 변화를 검토한다. 그러한 3대 변화로는 ①1929년 대공황이후의 증권규제의 탄생, ②이른바 닷컴버블 이후의 2002년 Sarbanes-Oxley법 제정, ③금융위기 후의 2010년 Dodd-Frank법 제정을 든다. 저자들은 주가폭락이 항상 회사법의 개혁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고 단정한다. 그들은 위 세 경우 개혁의 성공을 뒷받침한 추가적인 요인으로 주가의 장기적인 침체와 아울러 기업의 속임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주가침체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와 기업의 부정에 분개한 대중이 회사법개혁을 뒷받침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재계의 저항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시각은 외환위기 후 우리나라에서 추진된 기업지배구조개혁을 설명할 때에도 유용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한편 V장에서는 역사상 이들 세 가지 외에도 결정적 시점이 존재했는지를 검토한 후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어서 VI장에서는 州회사법에 그런 급격한 변화가 존재하는지를 살펴본 후 역시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상의 검토를 토대로 VII장에서는 2020년 시작된 코로나사태가 과연 결정적 시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논한 후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저자들은 코로나사태가 초기에 주가폭락을 가져왔으나 바로 회복되었을 뿐 아니라 폭락자체가 기업의 비리로 인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라는 역병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개혁의 동력이 생길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