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보수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끄는 주제로 그에 관한 판례도 차츰 늘고 있다. 이제까지의 판례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보수지급의 유·무효여부를 다룬 것들이 대종을 이룬다. 최근 일본에서는 보수결정과 관련하여 선관주의의무위반을 이유로 대표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東京高等裁判所 2021년 9월 28일 판결 令和2年(ネ)第2235号) 오늘은 이 판결을 타나카 와타루(田中亘)교수의 평석(주리스토 1588호(2023.9) 105면)을 토대로 소개한다.
[사실관계]
판결에서 선관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된 대상은 보수결정 외에 중요재산의 양수 등 다른 사항도 포함하지만 이 글에서는 보수결정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사안에서 X회사는 대표이사인 Y가 7년에 걸쳐 자신의 이사보수를 증액해서 수령한 것에 대해서 Y의 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Y가 행한 이사보수결정은 이사회의 재위임에 기한 것이어서 유효라는 이유로 Y의 책임을 부정하였다.
[법원의 판단] 원판결변경, X의 청구인용
“X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의 연간총액이 정해지고 각이사의 보수액의 결정은 이사회에 일임되어 있으며, 나아가 이사회결의에 의하여 그 결정은 대표이사에 재위임되어 있기 때문에 . . . X의 대표이사였던 Y는 자신을 포함한 이사의 보수를 결정할 때 위임의 취지에 따라서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할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자이다.”
Y는 자신의 보수액을 2008년7월 월 160만엔에서 200만엔으로, 그리고 2009년7월 다시 250만엔으로 증액하여 계속 수령하였는데 ①X는 전부터 영업이익이 매년 적자로 업적향상이나 경영상황의 개선이 인정되지 않는 점, ②2007년 주주총회에서 이사 수가 8명에서 5명으로 감소시킴으로써 적자개선을 위한 긴축경영을 도모한다는 주주총회의 의사가 표시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점, ③Y는 이사회에서 보수액의 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후에 다음 달부터 스스로 이사보수를 대폭 증액한 것으로 적절한 가버넌스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을 작출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보수를 증액했다고 할 수 있는 점, ④Y의 보수의 증액은 같은 시기 다른 이사들에 비하여 증액비율이 훨씬 커서 자기 마음대로의 결정이란 색채가 짙다는 점, ⑤증액한 보수액은 Y가 다른 주주로부터 X주식을 취득하기 위한 차입금의 변제에 충당되었다는 점, ⑥그 주식의 취득을 승인하는 이사회에서 X가 아닌 자신이 주식을 취득하는 이유를 X의 자금을 주식취득이 아니라 설비투자에 투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였음에도 실제로는 결국 X의 출연에 의하여 Y가 주식을 취득한 결과가 되어 배신성이 강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수액의 증액은 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는 것이고 Y는 이에 의하여 X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논평]
개별이사의 보수결정을 재위임받은 대표이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은 일본의 학설과 판례가 모두 시인하고 있지만 본건 판결 전에는 재일임을 받아 자신의 보수를 증액한 사안에서 대표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부정한 판결(동경지판 2018.4.12. 金判 1556호 47면)만 존재하였다고 한다. 2018년 판결에서는 대표이사의 보수결정을 경영판단으로 보아 경영판단을 심사할 때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한다. 본건 판결에서는 대표이사의 보수결정이 “명백하게 불합리”하다고 하여 2018년 판결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는 동시에 위 ①~⑥의 사항도 고려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반드시 “명백한 불합리”가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한 면이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결정하는 경우는 이익충돌의 여지가 큰 사항이므로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할 것이다. 본건 판결에서는 이익충돌을 이유로 경영판단원칙을 배제한다는 명시적 판시는 하고 있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함으로써 사실상 경영판단원칙을 배제한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