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그에 대한 일반의 우려와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그 선두에서 여론을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이 바로 페이스북이다. 플랫폼으로부터 발생하는 폐해를 적절히 규율하는 법적 규제가 존재한다면 페이스북으로서는 그것을 충실히 준수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그런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자구책을 동원해서라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런 자구책을 취하는 경우에 문제될 수 있는 회사법상의 장애를 검토한 논문을 소개한다. Abby Lemert, Facebook’s Corporate Law Paradox, 17 Va. L. & Bus. Rev. 43 (2023) 이 논문은 저자가 Yale 로스쿨 재학 중에 쓴 것으로 100페이지가 넘는 본격적인 논문을 쓴 저자의 성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논문은 페이스북의 상황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 논의는 다른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논문에서 다루는 회사법적 이슈는 두 가지이다. ①하나는 페이스북이 주주이익을 훼손하는 경우에도 여론을 의식하여 플랫폼에 올라오는 컨텐츠에 간섭하는 것이 이사의 신인의무와 충돌하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②페이스북이 컨텐츠에 대한 간섭권한을 회사외부에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독위원회에 위임하는 것이 이사의 신인의무의 포기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것인지 여부이다. ①은 크게 보면 최근 폭발적으로 유행한 회사의 목적에 관한 논의에 속하는 것으로 여기서 다시 다룰 생각은 없다. ②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신인의무와 사적자치의 관계에 관한 문제이기에(예컨대 2023.7.4.자) 그것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논문의 본문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은 ①의 문제를, 그리고 II장은 ②의 문제를 각각 살펴본다. III장에서는 이론 및 실무상의 함의를 검토하고 IV장에서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논한다. 회사법연구자로서 흥미를 끄는 것은 II장이므로 그 부분만을 소개한다. II장은 ①먼저 감독위원회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한 후 ②델라웨어주법상 합법적인 위임과 불법적인 신인의무 포기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③이어서 그 기준을 페이스북의 감독위원회에 대해서 적용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①과 관련하여 페이스북의 감독위원회는 독립성을 위하여 회사외부에 설치될 뿐 아니라 특이하게도 비공익신탁과 유한책임회사(LLC)이라는 두 개의 조직으로 구성된다. 감독위원회의 권한은 페이스북의 컨텐츠에 관한 방침을 제시하고 컨텐츠 수정에 관한 중요한 개별사안의 결정권을 갖는다. 이러한 감독위원회의 설치는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회사법상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저자는 적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②와 관련하여 델라웨어주법상 경영권한은 임원 등 타인에게 위임할 수 있으나 그것이 적절한 경영판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위임의 이유”와 “위임사항의 성격”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이사들이 회사경영과 관련하여 자신의 최선의 판단을 따를 의무를 “매우 중대하게” 가로막는 효과를 갖는 계약은 효력이 없다. 그 계약에 의한 위임이 “매우 중대한” 것인지 여부는 “위임된 권한의 상대적인 규모, 권한이 위임되는 기간의 길이, 그리고 아마도 그 계약의 목적이나 그 계약이 체결되게 된 상황 등”에 달려있다.
③과 관련하여 저자는 감독위원회의 권한범위가 제한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 비추어 그것이 신인의무의 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