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후인 2013년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시장법에 조건부자본증권의 발행근거가 마련되었다(165조의11). 이 신종증권은 발행할 때 정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상환의무가 상각되는 조건이 부착된 사채이다. 결국 조건이 성취되면 채무가 소멸하고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채권자의 손실분담을 통해서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하에 도입되었다. 오늘은 이 증권이 과연 실제로 그런 실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Albert H. Choi & Jeffery Y. Zhang, Creditors, Shareholders, and Losers In Between: A Failed Regulatory Experiment (2024) 저자들은 모두 미시간 로스쿨 교수로 특히 Choi교수는 이 블로그에서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가장 최근의 예로 2023.2.28.자).
조건부자본증권은 영어로는 contingent convertible bond로 CoCo라는 약칭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는 “코코본드”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이곳에서도 편의상 코코본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코코본드는 어려움에 빠진 은행을 구제할 수 있는 특효약으로 고안된 것인데 지난 십년 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 시도는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 실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의 몰락을 든다. 저자들은 뱅크런을 설명하는 경제적 이론에 비추어 코코본드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었던 정책이라고 주장한다(I장). 저자들이 제시하는 논거는 두 가지이다. ①하나는 기업재무 관점의 논거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부실은행의 자본을 보강하는 것은 평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단 뱅크런 같은 유동성위기가 개시되면 의미를 갖지 못한다. ②다른 하나는 게임이론에 기반한 논거이다. 그에 따르면 금융위기 시에는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부실한 은행이 밝혀지게 되면 그 은행에는 유동성위기가 따르게 되는데 코코본드의 변환조건 성취는 당해은행이 부실하다는 낙인을 찍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과연 코코본드의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라고 할 것이다(III장). 저자들은 특히 두 가지 처방을 제시한다. ①하나는 코코본드의 변환조건을 가급적 유동성위기가 발생하기 한참 앞서 성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②다른 하나는 조건성취에 관한 정보가 시장에 전파되는 것을 막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부분은 오히려 증권시장을 통한 충분한 공시가능성을 요하는 우리의 현행제도와는 상반된다) 흥미롭게도 저자들은 규제당국이 부실은행에 관한 정보노출을 막기 위해서 부실은행 뿐 아니라 다른 건실한 은행에 대해서도 변환을 강제할 것을 제안한다. 이어서 이러한 개선책의 실행을 가로막는 법적, 정책적 장애에 대해서 논한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개선방안이 현실적으로 채택하기 어렵다면 아예 코코본드제도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다소 과감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