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톡옵션 판결

오늘 아침 윤진수 교수가 머스크의 스톡옵션에 관한 최신 판결에 관한 기사를 보내왔다. 회사법 논점에 관한 판결인데 기사만으로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인터넷을 뒤졌더니 바로 판결문을 구할 수 있었다. 201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판결이다 보니 처음에는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슬쩍 훑어보니 흥미로운 대목이 적지 않아 간단하게나마 소개하기로 한다. 판결문은 크게 사실관계에 관한 I장과 법적 분석에 관한 II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장의 구조가 매우 논리적이고 특히 McCormick판사는 앞에 정리해둔 판결요지가 명쾌하면서도 맛깔스러운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관계를 서술한 I장은 거의 100페이지에 달하여 판결문의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보수결정과정에 대해서는 중간의 우여곡절을 포함해서 매우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이사회의 구성과 개별 이사들과 머스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상세히 언급한다. 미국의 회사법상 통상 CEO의 보수는 이사회 결의로 정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주주총회의 승인, 그것도 소수주주의 과반수 동의(majority of minority)을 조건으로 하였고 마침내 출석한 주식 73%의 찬성으로 그 조건을 충족하였다.

법률적으로 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II장인데 그곳에는 4가지의 법적 논점에 대한 판단이 제시되어 있다. 그 판단을 근거로 McCormick판사는 원래의 스톡옵션계약을 취소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①머스크는 회사의 지배자(controller)에 해당하므로 머스크와 회사와의 스톡옵션계약에 대해서는 전체적 공정기준이 적용된다.

②스톡옵션계약이 전체적으로 공정하다는 점의 증명책임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③피고들은 계약이 전체적으로 공정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

④이 사건에서 스톡옵션계약의 취소는 합리적이고도 적절한 구제수단에 해당한다.

위 ①과 관련하여 McCormick판사는 머스크의 지주비율(21.9%) 뿐 아니라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한다. ②와 관련하여 델라웨어주법상 거래가 충분한 정보에 뒷받침된 소수주주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공정성의 증명책임이 전환된다(2021.7.28.자 포스트 참조). 그러나 McCormick판사는 사안에서는 피고가 소수주주들에 제공한 위임장서류에서 핵심 이사들이 독립성이 있다고 잘못 서술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소수주주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③과 관련해서 McCormick판사는 절차와 가격이 모두 불공정했다고 판단하였다. 보수에 대한 교섭은 9개월에 걸쳐 10차례의 이사회와 위원회 회의를 통해서 진행되었지만 실질적으로 계약조건에 대한 의미 있는 교섭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가격의 공정성과 관련하여 피고들은 머스크의 보수가 “주주가치 6천억달러 증가에 대해서 6%”를 받는 것이고 그것이 머스크가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서 노력할 인센티브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변호하였다. 그러나 McCormick판사는 주식을 21.9%나 보유한 머스크로서는 이미 테슬라를 성장시킬 인센티브가 충분했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는 이사회가 558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다음 물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테슬라가 머스크를 놓치지 않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 계약이 과연 필수적인가?”

이 판결이 널리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일론 머스크란 희대의 명물이 최대가치가 558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보수를 받는 것을 저지했다는 센세이셔널한 결과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판결은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 판결의 대상은 지배주주개인과 회사사이의 계약이다. 사실 이런 거래는 미국보다는 지배주주가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훨신 더 많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수많은 논의와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런 거래에 대한 우리의 규제는 혼란스럽고도 허술하다. 앞으로 우리 규제를 다듬을 때에는 이 판결이 보여주는 명쾌한 논리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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