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와 EU의 내부자거래규제 비교

EU의 증권규제는 미국의 영향 하에 형성되었지만 양자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수시공시와 내부자거래에 관한 규제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이미 블로그에서 다룬 바 있다(2023.6.24.자). 오늘은 내부자거래규제, 특히 외부자에 의한 미공개정보이용에 대한 규제에서의 차이를 보여주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Dörte Poelzig & Paul Dittrich, Insider Dealing by Outsiders in the U.S. and EU, European Company and Financial Law Review (ECFR) 2023, 692-716. 공저자인 Poelzig교수는 이미 한번 소개한 바 있는(2021.12.14.자) 소장학자로 간단하면서도 유익한 자본시장법 교과서(Kapitalmarktrecht C.H.BECK 2판 2021)의 저자이기도 하다.

논문의 구성은 간단하다. I장과 II장에서 각각 미국법과 EU법을 검토한 후 그것이 EU법에 주는 시사점을 III장에서 제시한다. 논문에서는 외부자에 의한 내부자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일반적인 내부자거래의 골격을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I장에서는 내부자거래에 관한 미국의 규제시스템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른바 대등한 접근이론(equal access theory)에서 신인의무에 근거한 전통적 이론을 거쳐 부정유용이론(misappropriation theory)에 이르기까지 판례법의 변천을 조망한다. 이어서 외부자에 의한 내부자거래의 범위가 한층 확대된 사례인 – 이미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2021.9.10.자) – 그림자 거래(shadow trading)에 대해서 언급한다.

위 사례의 사실관계는 지난 번 포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한 바 있다. “최근 SEC는 Medivation이란 제약회사(M)의 前직원인 X를 내부자거래 혐의로 제재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하였다. 문제가 된 행위는 굴지의 제약회사인 Pfizer(P)가 M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기 전에 X가 M과 유사한 제약회사인 I사의 주식에 대한 콜옵션을 매입한 것이었다. 만약 X가 M사 주식을 거래하였다면 전형적인 내부자거래에 해당할 것이고 P사 주식을 거래하였다면 이른바 부정유용이론(misappropriation theory)에 따라 내부자거래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사안에서는 X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I사 주식을 거래한 것이 어떻게 내부자거래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SEC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즉 P사가 M사를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하기로 함으로써 M사와 비슷한 처지의 I사의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로 P사의 M사 인수 발표 후 I사 주가가 약 8% 상승하였다. X가 P사의 M사 인수 발표 전에 I사 증권을 매수한 것은 전문가들이 그림자 거래라고 부르던 것으로서 그것의 불법성에 관해서는 논의가 있었지만 SEC가 조치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연방지방법원은 M이 내부방침으로 임직원이 다른 공개회사의 주식을 거래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었는데 X의 거래행위가 그것을 위반한 것은 정보소스인 M에 대한 신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SEC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 베인브리지교수는 대법원이 배척한 대등한 접근이론을 부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에 이른다는 비판한다.

II장에서는 먼저 EU 내부자거래규제의 밑바닥에 깔린 “정보의 평등”(parity of information)의 사고를 설명한 후 그림자 거래가 EU법상 내부자거래로 처벌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저자들은 내부자거래에 해당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좌우될 것이지만 위 사례와 같은 그림자 거래는 내부자거래로 처벌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저자들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EU법에 대한 시사점을 정리한 III장이다. 먼저 저자들은 정보의 평등을 추구하는 EU식의 접근방식이 미국의 혼란한 판례법에 비하여 우월하다는 점을 지적한 후 EU법의 문제점들을 검토한다. 첫째, EU법은 자칫 애널리스트의 합법적인 연구조사를 거쳐 얻은 정보까지 자칫 내부자거래로 볼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고 애널리스트의 활동은 증권시장의 원활한 가격형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둘째, 공격적 공매도는 일종의 고발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그에 수반하는 부정적 정보의 공시가 시장의 효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그것을 내부자거래로 처벌해서는 아니 된다고 주장한다. 셋째, 내부자거래의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고발자(whistleblower)에 대한 경제적 보상의 문제를 논한다. 넷째, 최근 미국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정치인에 의한 미공개정보이용의 문제를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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