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정치적 태도표명에 대한 회의론

최근 주로 외국 학계에서 두드러진 현상이긴 하지만 회사의 목적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다. 주로 순수한 영리목적을 넘은 사회적 목적에 관한 논의가 대부분이지만 비영리활동에 주목하다보면 회사의 정치적 활동도 관심권에 들어오게 된다. 과거 학계진입을 위해 애쓰던 시절 회사의 정치헌금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검토한 글(회사의 정치헌금, 법조 1986년2월호, 회사법연구II 325면 이하)을 발표한 바 있는 나로서는 그에 관한 논의에 항상 눈길이 갔다. 오늘은 회사의 정치활동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가 담긴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ill E. Fisch & Jeff Schwartz, How Did Corporations Get Stuck in Politics and Can They Escape?, Forthcoming U. Chi. Bus. L. Rev. (2024). 펜실베니아대학의 Fisch교수는 이미 수차 소개한 바 있는 회사법과 증권법의 대가로 두 저자들이 공저한 논문도 이미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다(2023.3.21.자).

먼저 저자들은 오늘날 회사들이 자신들의 사업과 직접 관계 없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견해를 표명하는 현상이 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들은 이러한 현상을 정치적 태도표명(political posturing)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현상이 환영할 만한 것이라는 통념에 대해서 저자들은 반론을 제기한다. 회사의 정치적 태도표명이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①먼저 회사나 주주에게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회사의 정치적 메시지와 다른 견해를 가진 회사 이해관계자들이나 정치인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또한 경영진이 정치적 태도표명을 통해서 사익을 추구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대리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③나아가 회사는 영리추구를 위한 조직으로 정치적인 지도력을 발휘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저자들은 회사의 정치적 태도표명이 증가하는 현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한다. 저자들은 회사의 정치적 비용지출과 관련하여 제안된 바와 같이 정치적 태도표명을 사법적 심사나 이사회 감독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대신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적 활동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마치 회사목적에 관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성명과 유사하게 회사들이 脫정치화를 선언할 것을 제안하고 나아가 회사로 하여금 정치적 태도표명과 실제의 행동과의 일치여부에 대해서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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