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 전 증권의 예탁결제제도에 대해서 논문을 발표하던 시절이 있었다(예컨대 김건식, 미국의 증권예탁결제제도, 증권예탁 21호(1997.5) 3-36면). 그 이후에는 그에 관해 연구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관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최근 블록체인기술의 확산에 따라 그 기술을 이용한 결제제도의 혁신에 관한 논의가 주목을 끌고 있다. 오늘은 미국에서의 증권결제제도의 역사적 발전과 블록체인기술의 활용가능성을 검토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George S. Geis, The Historical Context of Stock Settlement and Blockchain, 26 Chapman Law Review 557 (2023) (웬일인지 SSRN에서는 이 논문을 찾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이 블로그에서 두 차례 소개한 바 있는(예컨대 2020.5.13.자 포스트에서는 오늘의 토픽과 관련이 있는 논문을 소개하였음) 버지니아 로스쿨 교수이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논문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주권의 현실적 교부를 요하던 제1세대 결제제도의 문제점과 시장에서의 증권거래를 한동안 마비시켰던 1968년의 이른바 서류처리위기(the Paperwork Crisis)에 대해서 살펴본다.
II장에서는 중앙예탁결제기관(DTCC)을 토대로 하는 현재 운용 중인 제2세대의 결제제도의 개요와 그 문제점을 정리한다. 저자는 현재 제도의 문제점을 ①지배구조상의 문제와 ②신용리스크의 관리라는 두 가지로 나누어 검토한다. ①과 관련해서는 현행 제도상으로 회사가 실질적인 주주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발생하는 실무상의 여러 문제들을 언급한다. ②와 관련해서 현행 제도상 계약체결과 결제 사이에는 과거보다 단축되기는 하였지만 시차가 존재한다. 저자는 그 사이에 주가가 급변하게 되면 거래당사자의 신용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문제로 지적한다. 저자는 2021년 GameStop 주식의 거래와 관련하여 브로커였던 Robinhood사가 그 매도거래를 중단함에 따라 발생했던 소동이 바로 현행 결제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예로 들고 있다.
III장에서는 이러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블록체인에 기반한 제3세대 결제제도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블록체인에 기반한 새로운 결제제도의 도입론은 동력을 상실하였다고 지적한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먼저 2022년에 있었던 가상화폐시장의 스캔들을 든다. 그밖에 저자는 과거의 실패경험으로 인한 시장참여자들의 위험회피성향, 현행 제도의 존속에 기득권을 갖는 집단의 반대, DTCC를 통한 결제를 전제하고 있는 각종 규정 등을 개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