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수단은 과거 특히 외국의 회사법학계에서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ESG와 같은 다른 주제에 밀려 이제 학자들의 관심대상에서 다소 멀어진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침 경영권 방어수단에 관한 EU에서의 논의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논문이 발표되었기에 소개한다. Paul L. Davies & Alain Pietrancosta, The Defensive Measures Provisions of the Takeover Directive: From Ambition to Resignation to Distrust (2024) 저자인 Davies교수는 영국 회사법학계의 태두이고 Pietrancosta교수는 파리 1대학에서 회사법, 금융법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논문은 2004년 EU의 기업인수지침 제정 20주념을 기념하여 작성된 것으로 경영권 방어수단에 관한 기업인수지침 규정을 산업정책에서 기업인수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EU 집행위원회(EU Commission)와 회원국의 정책변화와 관련하여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논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전반부(I장부터 III장까지)에서는 기업인수지침의 채택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세 단계로 나누어 검토한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저자들은 그 세 단계를 각각 기대와 체념과 불신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당초 집행위원회는 적대적 인수의 가치에 대해서 큰 기대를 가졌다. 그리하여 집행위는 (적대적 인수와 관련하여 주주의 결정권을 담보하기 위한) 이사회 중립성 원칙과 (1주1의결권원칙이 적용된다면 정관변경의 결의요건을 충족할 수의 주식을 취득한 경우 기존의 사전적 방어수단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이른바 Breakthrough원칙을 지침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그 원칙들에 대한 독일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로 인하여 그것들을 선택사항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회원국들은 이들 원칙의 선택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집행위는 크게 실망했지만 적대적 인수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집행위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 문제에 대한 재검토를 공언했지만 적대적 인수의 가치에 대한 회원국들의 의견대립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었고 결국 집행위의 태도는 체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최근에는 집행위도 마침내 적대적 인수의 가치에 대해서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는 집행위가 경영권을 둘러싼 경쟁의 가능성을 저해하는 정책을 채택한 것에서 드러난다. 차등의결권주식의 촉진 및 기업인수에 대한 공익관점의 심사 등이 그 예에 속한다.
논문의 후반부(IV장)에서는 적대적 인수의 역할을 촉진하고자 한 집행위의 시도가 실패한 것이 갖는 의미를 따져본다. 저자들은 이사회 중립성 원칙에 두 가지 회의론, 즉 ①대안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이 불필요하다는 주장과 ②회원국들이 Breakthrough원칙의 채택을 거부한 상황에서는 사전적 방어수단의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후적 방어수단에 초점을 맞춘 이사회 중립성원칙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