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법에는 이른바 “불법의 항변”(illegality defence)이란 것이 있어서 상대방이 저지른 불법에 가담한 당사자는 그 불법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상대방에게 물을 수 없다. 회사가 원고인 경우에는 이사나 주주의 가담행위가 회사에 귀속될 수 있다. 따라서 회사가 제3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소송에서는 피고가 회사관계자의 불법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상가포르 항소법원이 최근 선고한 1인회사에서의 회사귀속(corporate attribution)에 관한 판결(‘Red Star Ruling’)을 소개한다. Ben Chester Cheong, Context is the most Important Factor: One-man Companies and Corporate Attribution in Singapore (2020)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사실상 1인회사 X의 직원Y가 오랜 기간에 걸쳐 거액의 회사자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하였는데 1인주주 겸 이사이던 A는 Y의 유용행위를 알면서도 자금유용을 방조했다. X가 뒤늦게 Y를 상대로 사기, 배임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Y는 X의 청구에 대해서 불법의 항변을 제기하였다. 쟁점은 A의 방조행위가 X에 귀속되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회사귀속의 판단과 관련해서 영국법원의 Meridian판결이 제시한 3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➀주된 귀속원칙: 회사법이나 회사정관에서 권한을 부여한 이사회나 주주총회 같은 기관
➁일반적 귀속원칙: 대리나 표현대리에 따른 계약상 책임이나 불법행위법상의 대위책임에 상응하는 귀속원칙
➂특별한 귀속원칙: ➁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 법원이 특별히 인정한 귀속원칙
법원은 사안에서는 문제되는 것은 ➂이라고 판단하며 이와 관련하여 영국 대법원의 2019년 Singularis판결을 인용하였다. 그에 의하면 1인회사에서 사기에 가담한 이사의 인식이 회사에 귀속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귀속의 맥락과 목적(the context and the purpose)을 고려해야한다. 법원은 Singularis판결 등을 토대로 단독 이사나 주주의 경우에도 그 인식이나 행동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추정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따라서 1인주주인 A의 방조행위가 있었지만 그것이 회사에 귀속되는지 여부는 결국 “맥락과 목적”을 고려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법원은 귀속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X의 청구가 인용되면 사실상 A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게 되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에서는 “제3자”의 이익이 관련되어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법원은 도산한 회사에 조세채권을 가진 정부가 있거나 회사채권자가 있는 경우와 같이 “맥락”이 다른 경우에는 귀속이 부정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