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용평가에 관한 비교적 최근 논문을 소개한다. Frank Partnoy, What’s (Still) Wrong with Credit Ratings, 92 Washington Law Review 1407 (2017) 저자인 Partnoy교수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Yale 로스쿨 졸업 후 Morgan Stanley를 비롯한 투자은행에서 파생상품거래를 담당했으며 후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F.I.A.S.C.O.: Blood in the Water on Wall Street”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University of San Diego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해서 얼마 전부터 Berkeley에서 가르치고 있다. 파생상품거래에 대해서 전문가이면서도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가 국제금융위기 전인 2003년에 출간한 “Infectious Greed: How Deceit and Risk Corrupted the Financial Markets”란 책은 그의 놀라운 선견지명을 보여준다. 2000년대 중반 서울대 금융법센터에서 초청해서 실무가들을 상대로 파생상품에 관한 1일 프로그램을 진행한 일도 있다. 당시에는 업계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모두 파생상품거래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던 시점이었던 터라 그의 비판적인 시각이 다소 생뚱맞은 느낌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2007년 시작된 국제금융위기에는 신용평가기관의 실패가 크게 기여하였다는 인식에 따라 2010년 Dodd-Frank법은 감독기관으로 하여금 신용평가 대신 적절한 대체장치를 채택하도록 하는 등 개혁조치를 취했다. 이 논문은 그 조치가 실패하였음을 주장하고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신용평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 감독과 책임의 결여, 원시적인 방법론 등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법의 취지를 감독당국이 도처에서 거스르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는데 그가 정리한 자신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➀의회는 법령에 존재하는 신용평가에 대한 의존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아직 규제당국은 신용평가에 폭넓게 의존하고 있다. 규제당국은 계속 신용평가에 기계적으로 의존할 뿐 아니라 규제에서는 계속 신용평가를 언급하고 있다. 논문에서는 이런 의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신용평가가 일종의 “regulatory license”의 기능을 한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규제에서 AAA라는 신용등급을 요구하게 되면 AAA라는 신용등급이 실제로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지와 무관하게 그 등급을 받은 투자상품이 특정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을 “license”로 표현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➁의회는 SEC내부에 신용감독실(Office of Credit Ratings)을 신설하는 등 신용평가에 대한 감독을 위한 조치를 취했으나 이들 조치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매년 조사를 해보면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모기지 관련 분야에서도 수많은 규제위반이 발견되는데 규제위반에 대한 감독당국의 제재는 미미하다. 논문에서는 신용감독실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그 조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개혁안을 제시한다.
➂의회는 33년 증권법 11조와 공정공시에 관한 Regulation FD의 책임으로부터 신용평가기관을 면제하는 것을 중단하는 등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였으나 SEC는 이들 규정을 유명무실힌 것으로 만들었다. 신용평가는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자유에 속한다는 의심스런 주장을 내세우기 때문에 사적소송으로 신용평가기관의 책임을 묻는 것도 쉽지 않다. 논문에서는 SEC가 사적소송을 촉진하는 등 의회의 의도를 존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➃끝으로 논문에서는 신용평가기관이 취하는 방법론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의 결론은 규제당국이나 투자자나 모두 신용평가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하고 감독당국은 의회의 의도를 존중하여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감독과 책임추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평가에 대한 감독당국의 의존은 제거하기 어려운데 저자는 이런 현상을 “regulatory stickiness”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