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시스템과 주주이익우선주의

최근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가장 큰 화두는 역시 회사의 목적, 이해관계자 이익, ESG 같은 거창한 테마라고 할 것이다. 이에 관한 담론은 다방면에 걸쳐 너무도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 블로그에서는 주제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핑계로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오늘은 미국에서 이해관계자 이익의 추구를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을 미국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하여 분석한 최신 논문을 한편 소개하기로 한다. Dorothy S. Lund & Elizabeth Pollman, The Corporate Governance Machine (2021). 저자들 중 한 사람인 Pollman교수는 이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바 있지만 요즘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는 펜실베니아 로스쿨 교수이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기업지배구조시스템(Corporate Governance Machine)이란 개념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것을 중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회사의 의사결정이 주주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작용하는 법, 시장, 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저자들은 미국의 주주이익우선주의(shareholder primacy)가 단순히 법제도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시장과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이해관계자 이익을 강조하는 최근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해서는 미국사회에 굳게 뿌리내린 주주이익우선주의를 변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기여를 다음 3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➀이 논문은 미국의 현대 기업지배구조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최초의 논문으로 그 시스템이 어떻게 회사의 목적을 주주이익추구와 일치시키는지를 보여준다. ➁이 논문은 주주우선주의에 치우친 현행 기업지배구조시스템이 뿌리내린 상황에서는 사회후생차원에서 우월한 제도라도 그 도입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상태는 최적에 미달함을 보여준다. ➂이 논문은 현행 기업지배구조시스템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개혁, 특히 이해관계자이익을 증진하는 시도가 겪을 미래를 예측하게 해준다. 앞으로 그런 시도는 지금처럼 주주이익우선주의에 치우친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주주이익우선주의의 테두리 내에서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논문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I장에서는 미국에서 기업지배구조와 주주이익우선주의란 개념이 각각 등장하여 기업지배구조시스템으로 결합되는 역사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II장에서는 현행 기업지배구조시스템을 법, 시장, 문화의 세 가지 방면에서 조망한다. III장에서는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을 감독형 모델(monitoring model)에 따른 이사회 개혁, ESG운동, 독자적인 기업형태로서의 사회적기업(benefit corporation)의 세 가지 사례로 제시한다. IV장에서는 이런 현재 상황의 함의와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 고찰한다. 비공개기업은 이런 시스템의 구속을 면할 수 있는데 저자들은 현재 미국의 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가 정체되고 있는 현상은 창업자들이 주주이익을 내세우는 기관투자자나 사외이사들의 압박 등을 수반하는 현행 기업지배구조시스템을 꺼리는데서 비롯된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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