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소식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CEO인 김범석 회장이 주당 29개의 의결권이 부여된 복수의결권주식을 배정받을 것이라는 점이 미디어의 초점이 되고 있다. 복수의결권주식에 대해서는 2020.3.17.자 포스트를 비롯해서 이 블로그에서도 이미 수차례 논의한 바 있다. 오늘은 홍콩, 싱가폴 등 최근 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한 아시아 금융센터의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최신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Min Yan, The Myth of Dual Class Shares: Lessons from Asia’s Financial Centres, Forthcoming in 2021 (21) Journal of Corporate Law Studies. 저자는 영국의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경영대에서 회사법을 가르치는 중국출신의 소장학자이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2장은 복수의결권주식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로 복수의결권주식의 효용과 잠재적인 폐해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소개한다. 본론은 3장과 4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3장에서는 홍콩, 싱가폴, 상해 등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한 아시아 금융센터의 현황을 소개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하면서 그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일몰조항 등 일부 강행적인 안전장치를 추가했는데 저자는 이들 투자자보호조항들이 현실적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청하고 있다. 4장에서는 이들 안전장치를 차례로 검토한 후 그 단점과 대안에 대해서 설명한다.
위 논문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끈 것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복수의결권주식의 활용도 면에서 미국과 이들 아시아지역은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 최근 복수의결권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2019년 기술계 IPO의 경우 36.1%의 회사, 그리고 비기술계 IPO의 경우 15.8% 회사가 차등의결권주식구조를 택하고 있다. 반면에 저자는 (논문을 쓴 시점 현재) 싱가폴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회사는 없고 홍콩은 2018년 상장한 218개 회사 중 2개사, 그리고 상해는 2019년 상장한 183개사중 단 1개사가 있을 뿐이다.
둘째. 저자는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복수의결권주식의 허용여부보다는 허용하는 경우에 수반될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의 모색으로 옮겨갔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시아 금융센터들이 채택한 안전장치로 ➀일몰조항, ➁의결권과 경제적권리 사이의 괴리도 제한, ➂복수의결권주식 보유자의 의결권행사의 제한이나 의결권분포에 관한 정보제공 강화 등의 지배구조관련조치의 3가지를 살펴본 후에 이런 안전장치의 엄격성이 복수의결권주식의 활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저자가 안전장치를 “양날의 칼” 같은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들 안전장치는 결국 복수의결권주식을 보유한 창업자의 경영권을 시장의 위협에 노출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안전장치를 설계할 때에는 ➀한편으로는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영을 뒷받침하면서도 ➁다른 한편으로는 성실한 경영을 촉구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위험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➀과 ➁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들 아시아 금융센터에서 채택한 안전장치가 ➁쪽에 치우친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에 대해서는 비판론도 여전하지만 일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용하자는 견해도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은 우리가 안전장치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