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주식과 주식배당

종류주식의 발행으로 주식의 동질성이 깨진 회사에서 이질적인 주주들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문제는 우리와 일본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논의된 과제이다. 반갑게도 최근 이 문제에 관한 미국에서의 논의를 다룬 논문이 발표되어 소개한다. Geeyoung Min, Governance by Dividends, 107 Iowa Law Review (forthcoming 2021). 저자가 나와 친하게 지내는 민지영교수라는 점이 더욱 반가웠고 논의가 치밀하고 수준이 높아서 더더욱 반가웠다.

민교수는 2018년 미국에서 관심을 끌었던 CBS의 주식배당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당시 CBS는 지배주주가 복수의결권주식을 통해서 79%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경제적지분은 10%에 불과했다. 지배주주가 추진하는 합병을 달가워하지 않던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복수의결권주식으로 주식배당을 시도함으로써 지배주주 의결권지분을 17%로 낮추려고 하였다. 결국 이사회와 지배주주가 화해함으로써 이런 주식배당의 유효성은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했지만 양쪽의 공방은 이질적 주주사이의 공평한 처리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논문은 다양한 주회사법 규정과 실제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하고 있는 222개 회사의 정관규정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어 전반적인 문제상황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민교수는 분석을 마친 후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➀당사자들의 거래비용과 소송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주회사법에서 주식배당에 관한 임의규정(default provision)을 마련해야한다.

➁주식배당에서 비례적(pro rata) 배당은 기존 주식과 동일한 주식을 배당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런 경우에는 현금배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해야한다.

➂한 가지 종류의 주식으로 주식배당하는 경우(cross-class stock dividends), 즉 무차별적 주식배당의 경우에는 종류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이 경영판단원칙 대신 중간적 심사기준(enhanced judicial scrutiny)을 적용해야한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종류주식이 발행된 후의 법적 처리에 대해서 정관의 규정이 있으면 그것을 따른다는 점에서는 같다. CBS사례에서는 주식배당에 관해서 정관규정이 있었지만 그 해석에 다툼이 있었다. 정관규정에 의하면 주식배당은 동일한(identical) 주식으로 하게 되어있었다. 다툼은 “동일한”이란 문구가 배당되는 주식사이의 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배당되는 주식과 기존 주식 사이의 동일성인지를 둘러싼 것이었다. CBS사례에서의 다툼은 문구작성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비슷한 문제는 우리법상으로도 존재한다. 주주평등원칙을 강조한다면 정관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범위에서는 종류주식은 보통주식과 차별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주발행의 경우에는 보통주주와 종류주주에게 무차별적으로 배정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런데 주식배당은 같은 논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주식배당은 성질상 주식분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주식배당이라면 더욱더 주식분할과 구분하기 어렵다. 그 경우에는 정관에 정함이 없는 경우에도 이사회가 민교수가 말하는 비례적 주식배당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할 수 있을 것이다.

종류주식의 내용에 대한 정관의 정함이 이사회 재량을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는 민교수의 지적은 당연한 말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정관의 정함에 따른 조치라고 해서 이사회 재량에 제한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CBS정관의 문구가 명백히 무차별적 주식배당을 허용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주식배당이 지배주주의 의결권지분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민교수의 주장대로 중간적 심사기준에 의한 사법심사를 받아야할 것이다. 즉 정관의 정함은 신인의무의 적용이 문제되는 범위를 줄이는 기능을 하는 것이지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란 당연한 말을 새삼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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