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증권사기(securities fraud)를 근거로 하는 집단소송이 많다. 문제는 투자자에 대한 부실공시 그 자체를 근거로 한 경우 뿐 아니라 주주가 아닌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토대로 증권사기를 구성하여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제약회사가 부작용 있는 약품을 판매하거나 배터리회사가 납품한 차량용배터리가 폭발한 것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경우 회사주가의 폭락이 따르게 되는데 일부 주주가 기존 공시사항에 잘못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오늘은 이런 현상에 관한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Emily Strauss, Is Everything Securities Fraud? UC Irvine Law Review (2021 forthcoming). 저자는 과거 Sullivan & Cromwell이란 일류로펌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Duke 로스쿨에서 증권법, 은행법 등을 가르치는 실무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에서 주가에 영향을 주는 행위가 발생하면 그것을 증권사기로 이론구성하여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현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현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논문은 드물다. 그런 현상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런 소송을 “event-driven litigation”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는 “사건적 소송”이라고 번역하기로 한다. 저자는 사건적 소송에 관한 다음의 문제들을 검토한다. ➀증권집단소송 중에서 당초 피해자가 주주가 아닌 사건에서 유래된 사건적소송이 차지하는 비중; ➁그런 소송의 결과 및 원고와 대리인의 상대적인 수익성; ➂그런 소송에서 정부조사의 역할; ➃그런 소송에 동력을 제공하는 기관투자자나 로펌; ➄이런 소송이 회사의 준법활동의 감독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여부.
저자는 200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상장회사를 상대로 한 거의 500건에 달하는 증권집단소송을 토대로 실증적으로 조사한 결과 다음 사실을 밝혀냈다. ➀사건적 소송은 증권집단소송의 약 16.5%를 차지한다. ➁사건적 소송은 상대적으로 각하되는 비율이 낮고 화해금액이 높다. ➂사건적 소송의 원고는 거의 모든 경우 정부기관의 조사에서 도움을 받는다. ➃사건적 소송의 과반수는 연금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원고가 되고 일류변호사들이 대리한다.
사건적 소송이 투자자보호에 기여하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저자가 보다 관심을 갖는 것은 사건적 소송이 주주 이외의 이해관계자 이익을 보호하는데 기여하는지 여부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3가지를 지적한다. ➀저자는 사건적 소송의 약20%의 경우 제3자나 규제기관이 아무런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주주가 배상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규제기관이나 직접적 피해자로서는 거둘 수 없는 제재의 효과를 사건적 소송이 거둘 수 있음을 지적한다. ➁그러나 사건적 소송은 직접적 피해자를 구제하는 기능은 없고 주주의 손해를 배상하는 면에서도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➂사건적 소송은 제3자 이익의 침해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 근거로는 주주는 회사가 제3자 이익을 침해하는 방법으로라도 회사이익을 추구하기를 원할 수 있는데 그 행위가 적발되는 경우에 주주가 다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그런 행위를 막을 인센티브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든다.
끝으로 저자는 사건적 소송의 억지적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방안으로 제3자의 손해를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위험에 관한 공시의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안의 설득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