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후 잠시 기업의 내부통제 내지 준법감시(compliance)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나도 그에 관한 글을 몇 편 발표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그에 대한 논의는 수그러든 것 같은 느낌이다. 2020년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란 것을 발족시켰지만 준법감시자체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지는 못했다. 오늘은 이 테마에 관한 글을 소개한다. Klaus J. Hopt, Internal Investigations, Whistleblowing and External Monitoring: Comparative Experiences, Economic Insights, Findings from Corporate Practice (ECFR 5/2021). 저자인 Hopt교수는 1990년 뮌헨대학 그 분의 연구소에서 1년을 같이 지낸 이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독일 증권법학의 태두로 국제학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학문적으로는 물론이고 사생활의 면에서도 매우 “organized”되어있는 사람인데 이 번 논문도 군더더기 없이 매우 단순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논문은 준법감시와 관련된 세 가지 주제, 즉 내부조사, 내부고발(whistleblowing), 외부감시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주제는 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형성과정에 있는 실무에 관한 것이라 법학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음에도 저자는 미국, 영국 등 준법감시분야를 선도하는 나라의 최신 실무관행을 폭넓게 파악하여 소개, 분석하고 있다.
논문은 먼저 I장에서 이들 세 가지 요소의 설치와 운용과 관련된 법적 측면을 검토한 후 II, III, IV장에서는 내부조사, 내부고발, 외부감시에 관해서 차례로 검토한다. II, III, IV장은 각각 영미의 사정을 소개하는 부분(1)과 실무관행에 대한 경제적 분석에 관한 부분(2)으로 구성된다. V에서는 논문의 결론을 요약하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그 주요부분을 소개한다.
➀내부조사, 내부고발, 외부감시는 회사의 준법감시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로 결국 경영진과 이사회의 직무에 속한다.
➁이사회는 준법감시의 의무를 부담하지만 그 의무를 수행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경영판단의 보호를 받는다.
➂준법감시와 관련하여 특정 감사기준을 준수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대기업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이런 감사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보통이다.
➃실무상 내부조사는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1)사태의 인식; (2)밝혀진 사실, 정보분석, 면담에 의하여 도출한 중간결과에 대한 법적 평가; (3)결론과 보고. 당국에 신고하거나 협조할 일반적인 의무는 없다.
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내부고발제도의 설치가 모범적인 기업지배구조에 속한다고 여겨진다. 나아가 이미 법적으로 준법감시의무의 일부로 간주될 수도 있다.
➅EU의 2019년 내부고발지침은 EU법 위반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회원국법에 대해서는 적용이 없다.
➆외부감시는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경우와 회사가 (많은 경우 외부압력에 따라) 자체적으로 채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➇내부조사, 내부고발, 외부감시에 관해서는 영미와 스위스에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이는 다른 나라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➈이에 관한 실증연구는 존재하지만 아직 충분하지 못한 상태이다.
➉외부감시는 아직 많은 나라에서 덜 알려져 있지만 이 분야의 회사법 실무에 관한 정보도 많이 축적되고 있다.(앞서 언급한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는 대체로 여기서 말하는 외부감시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들 정보가 이미 모범규준으로 자리잡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이사회의 법적 의무로 정착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