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점규제법에 관한 책자를 한편 소개한다. 2018년에 출간된 것이니 신간이란 말을 붙이긴 무리가 있지만 독점규제법의 역사적 변천을 경제와 정치전반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거창한 주제를 150면에도 미달하는 짧은 지면에 다루고 있다는 점도 매력을 더한다. 저자는 Columbia로스쿨에서 주로 지적재산권과 경쟁법을 가르치는 교수인데 네트워크 중립성(network neutrality)란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금년 봄에는 Biden행정부의 기술 및 경쟁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실 Biden행정부에 참여한 학자로 보다 주목을 끈 것은 Columbia로스쿨의 동료교수인 Lina Khan이다. 만32세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된 Khan교수는 Yale로스쿨 학생시절인 2017년 발표한 “아마존의 독금법적 逆說”(Amazon’s Antitrust Paradox)이란 장문의 논문으로 이미 스타가 되었다. 그는 2020년 Harvard Law Review에 Wu교수의 책에 대한 서평(The End of Antitrust History Revisited)을 발표하였는데 이 책의 소개는 Khan교수의 서평을 토대로 한 것임을 밝혀둔다.
Wu교수의 책은 독점규제법이 정치적 목적과 관련이 있음에도 그것이 어떻게 소비자복지라는 보다 협소한 목적으로 축소되었는지의 과정을 서술하고 그 정치적 과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han교수에 따르면 이 책이 제시하는 주된 명제는 다음 세 가지이다. ➀독점규제는 미국의 정치적 전통의 중심을 이루고 민주공화정체의 결정적인 안전판이다. ➁미국경제의 구조는 미국인의 시민으로서의 경험과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 ➂독점규제를 무력화하는 수십 년에 걸친 작업은 소비자복지”를 법의 유일한 목표로 채택함으로써 미국인이 경쟁을 바라보는 관점을 혁신한 일종의 지적 혁명의 산물이다.
➀과 관련하여 저자의 목적은 독점규제가 민주주의의 작동을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적 영향력에 대한 핵심적인 견제장치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저자는 독점규제법의 제정과정을 돌이켜보며 그 법이 경제권력의 남용을 억제한다는 정치적인 목표를 갖고 있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그런 면에서 독점규제법이 헌법과 유사한 기능을 갖는다고 본다. 따라서 저자에 의하면 독점규제의 후퇴는 공정경쟁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민주정치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➁와 관련하여 저자는 시장구조는 정치적인 문제이기도하기 때문에 시민의 개입(engagement)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80여년 전 같은 제목의 책(THE CURSE OF BIGNESS: MISCELLANEOUS PAPERS OF LOUIS D. BRANDEIS(1934)을 출간했던 Brandeis대법관의 견해에 접근한다. 저자는 Brandeis와 마찬가지로 시민의 자유가 정부에 의해서 뿐 아니라 사적인 독점세력에 의해서 위협받을 수 있고 경제력집중이 방치되면 민주주의도 위험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➂과 관련해서 저자는 이른바 시카고학파의 영향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저자는 시카고학파에 속하는 경제학자, 법학자들이 독점규제법의 전반적인 법리와 판례들에 대해서 미시경제적 관점에서 비판을 가하는 과정에서 독점규제법의 정치적인 측면은 후퇴하고 그 목적이 소비자복지의 극대화로 국한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시카고학파의 견해는 연방법원의 구성이 변화함에 따라 보다 폭넓게 수용되었고 그 후 그 견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었지만 독점규제법의 역할은 축소된 상태로 머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상의 서술보다 주목할 것은 독점규제법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그의 처방이라고 할 것이다. 그는 경제력집중이 심하지 않은 단계에서도 합병을 적극 규제하고 AT&T와 Microsoft에 대한 조사와 같은 대형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며 기업분리를 주된 규제조치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저자는 원래의 입법취지에 따라 소비자복지 대신 경쟁의 보호를 추구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