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증권거래소의 시장구조 재편 추진

이 블로그에서도 간혹 소개하고 있지만 이웃 일본은 선진국들 중에서도 지배구조나 자본시장 분야의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와 기업지배구조코드를 도입하고 수차 개정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일본 정부의 노력은 이런 일반적인 soft law 정비에 그치지 않고 경제산업성의 그룹경영에 관한 가이드라인(2019(2020.3.4.자 포스트 참조)이나 금융청의 “투자자와 기업의 대화 가이드라인”과 같은 각론에까지 미치고 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변화 중에서 주목할 것은 동경증권거래소가 추진하는 시장구조의 개편이다. 2022년부터 시행될 구체적인 개편내용은 다른 자료에 맡기고(국문자료일본어자료. 그밖에 靑 克美, 東証の新市場区分の概要等の解説, 商事法務 2228호(2020.4.15.) 33면) 이곳에서는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눈길을 끄는 대목 하나를 언급하는데 그치기로 한다.

개편의 골자는 2013년 오사카증권거래소와의 합병으로 인하여 복잡하게 된 시장구분을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의 세 부문으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세 부문의 시장은 유동성, 기업지배구조, 재무성과에 따라 구분되는데 특히 개인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기업지배구조코드와의 관련이다. 세 부문의 시장 어느 곳에 속하는가에 따라 기업지배구조코드가 적용되는 범위가 달라지는데 당연히 프라임시장에 속하는 기업에 가장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프라임시장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독립이사를 1/3내지 과반수를 선임하도록 요구할 뿐 아니라(기업지배구조코드 원칙 4-8) 지명위원회와 보수위원회의 구성원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기업지배구조코드 보충원칙 4-10➀). 특히 지배주주 있는 프라임시장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독립이사를 과반수 선임하던가 또는 독립이사를 포함한 독립성 있는 자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이익충돌거래 내지 행위에 대한 심의와 검토를 맡도록 해야 한다(기업지배구조코드 보충원칙 4-8➂).

이처럼 증권시장을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기업지배구조규범에 따라 구분하자는 아이디어는 20년 전 NYU의 Stephen Choi교수와 발표한 논문(Stephen Choi & Kon Sik Kim, Establishing a New Stock Market for Shareholder Value Oriented Firms in Korea, 3 Chicago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277(2002))에서 제안한 바 있다. 이런 발상은 런던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여러 거래소에서 실현된 바 있지만 마침내 그것이 일본에까지 확산된 것이다. 기업지배구조의 수준에 따라 시장을 구분함으로써 상장회사의 지배구조 수준을 높이려는 당국의 시도가 실제 집행단계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지속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위에 언급한 변화를 비롯하여 최근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혁조치들이 실제로 일본 자본시장의 발전과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그룹이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꾸준히 개혁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에 비하여 불시에 족보가 불분명한 과감한 개혁조치를 돌발적으로 내놓는 것을 제외하면 잠잠하기만 한 우리의 태평스런 상황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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