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과연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치를 가져다줄 것인가?

전통적인 주주이익지상주의에 대한 반성을 담은 CSR, ESG, 이해관계자 이익 등의 구호는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외 학계와 재계를 아우르는 이런 도도한 이념적 조류에 대해서도 꿋꿋하게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회사법학계에서는 이 블로그에서도 자주 소개하는 Bebchuk이나 Bainbridge 같은 이들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해관계자이익을 강조하는 움직임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Business Roundtable의 회사목적에 관한 성명서의 공표 2주년을 맞아 Bebchuk교수가 과연 그 성명서가 경영자들의 진심을 반영하는지 여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Lucian A. Bebchuk & Roberto Tallarita, Will Corporations Deliver Value to All Stakeholders?(2021). 예상대로 저자들은 실증조사결과 그 성명서는 경영자들의 진심과 동떨어진 일종의 홍보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곳에서는 저자들이 Wall Street Journal에 기고한 논설(‘Stakeholder’ Talk Proves Empty Again)을 토대로 이 논문의 주된 주장을 소개하도록 한다.

성명서 발표 1주년을 맞아 WSJ에 기고한 1년 전 논설에서 저자들은 성명서에 서명한 CEO들이 이사회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그 문서의 의미를 격하하였지만 이사회승인이 없었다는 점을 그렇게 중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없지 않았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성명서에 서명한 공개회사 136개사의 각종 회사서류들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하였다.

– 2020년말까지 거의 100개사가 내부기업지배규준을 개정하였으나 이해관계자의 지위를 격상시키는 문구를 포함시킨 회사는 없었고 대부분은 주주이익우선원칙을 재확인하였다.

– 성명서에 서명한 회사들에서 성명서의 비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관한 주주제안이 40건 이상 제출되었지만 회사들은 모두 그 제안에 반대하였다.

– 서명회사들의 약85%가 주주들에게 제공된 위임장서류에 회사가 그 역사적인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 서명회사들은 모두 계속 이사보수의 일부를 회사주식으로 지급함으로써 이사보수를 주주이익에 일치시켰고 이해관계자이익을 반영시킨 회사는 없었다.

저자들은 이처럼 CEO들이 실제로 이해관계자이익을 추구할 의사도 없으면서 성명서에 서명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음과 같이 추측하고 있다.

– CEO들의 주주들에 대한 책임을 완화시킴

– CEO들이 이해관계자 이익을 강조함으로써 기관투자자들이 현직에 있는 자신들을 더 존중하게 만들고 실적악화에 대한 행동파주주들의 비판에 동조하지 않도록 만들며 경영권방어수단의 도입에 반대하지 않도록 만듬

2021.8.25. 추가: 이 글에 대한 Lipton변호사의 반론에 대해서는 다음 하바드 포스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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