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구성에 관한 정보는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에서 그 정보는 주주명부나 실질주주명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상장회사에서는 주주명부보다 자산운용사가 제출하는 자산운용보고서(13F)가 더 유용한 소스라고 한다. 우리 자본시장법상으로도 자산운용사는 자산운용보고서를 공시할 의무가 있지만(§88(1)) 자산운용사의 보유지분이 미국에 비하여 훨씬 작기 때문에 실무상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이에 관한 미국의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Alexander I. Platt, Beyond “Market Transparency”: Investor Disclosure and Corporate Governance, Stanford Law Review, Vol. 74, 2022. 저자는 University of Kansas 로스쿨 교수로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을 담당하고 있다.
이 논문의 본문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I장은 지배구조에 대한 13F의 영향을 이해할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본론에 해당하는 II장은 지배구조에 대한 13F의 영향을 다섯 개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III장은 이상의 검토가 시사하는 바를 정리한다. 이하 장별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I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저자는 미국에서는 기관투자자의 지분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주주구성에 관한 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13F는 대량보유보고제도와는 달리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어서 13F의 내용과 그것이 제공하는 정보의 효용에 대해서 설명한다. 나아가 SEC가 2020년 발표한 개정안을 비롯한 13F를 개정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살펴본다. SEC개정안은 13F 적용대상인 기관투자자의 90%를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13F를 강화하자는 NYSE의 제안이나 하원의 개정법안과 대조된다. 저자는 이들 개정안 모두가 13F가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원래 13F는 단순히 정보량을 늘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한 공시의 비용과 편익을 의식하여 설계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II장은 지배구조에 대한 13F의 영향을 다음 다섯 가지 분야로 나누어 검토한다: ➀헤지펀드 행동주의; ➁주주제안; ➂주주소송; ➃주주와의 의견교환(engagement); ➄암묵적인 주주의 영향(common ownership문제를 포함). 저자는 각 분야에서 13F가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지 여부와 그러한 13F의 영향이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저자에 따르면 13F의 영향은 각 분야마다, 그리고 같은 분야에서도 사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그것이 정책적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저자가 헤지펀드 행동주의와 관련해서 13F가 헤지펀드가 주주들의 선호를 토대로 대상회사를 선정하고 행동방향을 정하는 것을 촉진함으로써 헤지펀드의 행동이 장기주주의 이익과 일치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그 드문 예에 속한다. 나머지 대부분의 경우 13F는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정책적 관점에서는 효과가 부정적이거나 불명확하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이다. 즉 시장투명성(market transparency)은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지만 저자는 13F의 경우에는 투명성을 낮추는 것이 오히려 주주나 이해관계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III장은 위와 같은 논의의 시사점을 정리한다. 우선 저자는 13F의 영향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그것을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식의 단순한 해법을 택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인식을 토대로 앞서 언급한 13F의 개정논의를 전술한 5가지 분야와 관련하여 평가한다. 저자는 또한 시장투명성을 무작정 규제의 목표로 삼는 것이 왜 바람직하지 않은지를 설명한다. 끝으로 저자는 현재의 지배구조가 여러 제도적 여건의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 것으로 13F는 그런 여건의 일부이고 그것이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유익한 경우도 있고 해로운 경우도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