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일본 미디어에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의 헤지펀드인 Elliott가 토시바주식을 매집하였고 그 결과 주가가 상승했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지난 수년간 토시바가 겪은 우여곡절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와 일본의 기업지배구조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토시바의 경험이 바로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싼 일본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매우 유용하다는 점에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토시바 케이스에 관한 포괄적인 문헌은 발견하지 못했는데 최근 옥스퍼드 블로그에 업로드된 와타나베 히로유키 교수의 포스트(Hiroyuki Watanabe, The Toshiba Incident and its Implications (2021.9.15.)가 그나마 참고할 만하다.
토시바의 곤경이 시작된 것은 2015년의 일이다. 일본의 증권거래등감시위원회는 토시바 관계자의 내부통보를 받고 검사를 개시했고 그 후 토시바도 사내조사위원회를 결성하여 조사를 개시하였다. 우리의 관점에서 특이한 것은 회사가 자발적으로 전직 검찰고위직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이른바 제3자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였다는 점이다.(일본에서의 제3자위원회에 대해서는 2020.5.9.자 포스트) 제3자위원회는 2006년 인수한 웨스팅하우스의 부외부채를 비롯한 여러 건의 회계부정을 발견하였다. 이같은 회계부정은 회사상층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지적한 제3자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토시바는 집행부와 반수의 이사를 교체하고 새로운 경영체제를 도입하였다. 이어서 토시바는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서 2017년 60사의 외국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였고 이들 행동주의 주주는 끊임없이 배당확대와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했다. 2020년9월 싱가폴소재 헤지펀드인 Efficimo는 7월에 개최된 주주총회의 부적절한 운영을 조사하기 위하여 독립적인 위원으로 구성된 제3자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을 회사에 요구했다. 회사는 제3자위원회를 구성하는 대신 감사위원회에 그 조사를 맡겼고 2021년2월 감사위원회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는 별도로 2020년12월17일 Efficimo는 임시주총의 소집을 청구하는 한편 주총에서 회사업무를 조사할 자를 선임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회사업무조사자는 일본 회사법(§316(2))에 새로 도입된 제도이다)
회사업무조사는 3인의 변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담당했는데 금년 6월10일 그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공개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결의 등과 관련하여 행동주의 주주들의 영향력에 대처하기 위해서 회사임원과 경제산업성 관리들은 서로 결탁하여 주주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발표되자마자 경산성은 자신들의 개입의 정당성을 주장하였지만 회사쪽에서는 2021년 주주총회에서 원래의 이사후보자 명단에서 감사위원이었던 두 명을 교체하고 외국투자자대표를 참여시키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금년 6월21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각각 이사회의장과 감사위원을 맡은 두 명의 사외이사들의 선임을 부결시킴으로써 일본 경제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Elliott의 주식취득은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진행된 것으로 토시바 이야기는 아직 우리에게 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큰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