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단소송의 허용여부결정과 주주의 역할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증권사기를 원인으로 하는 집단소송이 거의 일상다반사처럼 제기되고 있다. 이런 증권집단소송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변호사에게만 좋은 일이란 비판이 많았고 그 남용을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이에 관한 문헌은 하늘에 별만큼 많지만 오늘은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최신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Albert H. Choi, Stephen J. Choi & A. C. Pritchard, Just Say No? Shareholder Voting on Securities Class Actions, UNIVERSITY OF CHICAGO BUSINESS LAW REVIEW (forthcoming 2022). 한국계인 두 Choi교수는 미국학계의 정상급 회사법 내지 자본시장법 연구자이고 Pritchard교수는 Stephen Choi교수와 Casebook을 비롯한 수많은 논문을 공저한 저명교수이다.

논문이 대상으로 삼은 것은 회사의 부실공시로 인하여 형성된 부당한 주가에 따른 거래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회사와 임원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이다. 이러한 이른바 공개시장사기(open market fraud)를 근거로 한 집단소송은 남용의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지만 효용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무작적 억제할 수는 없다. 저자들은 증권집단소송의 효용을 투자자 구제보다는 주로 부실공시의 억지에서 찾고 있다. 증권집단소송과 관련된 정책적 과제는 남용적인 소송을 막고 정당한 소송은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의 제도상으로는 양자를 구분하는 결정은 법원에 맡겨져 있다. 법원은 변론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피고의 소각하신청에 대한 결정을 통해서 남용적 소송을 추려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결정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법관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먼저 남용적인 소송을 막기 위한 기존의 두 가지 시도를 살펴본다: ➀당사자적격을 증권을 매매한 투자자에 한정하는 Blue Chip Stamps판결과 ➁1995년 제정된 사적증권소송개혁법(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Reform Act). 저자들은 두 가지 시도는 모두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는데 그쳤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➁와 관련하여 개혁법은 기관투자자들이 대표원고(lead plaintiff) 역할을 맡을 것을 기대하였지만 뮤추얼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 대부분은 소극적이었다. 저자들은 최근에 진행 중인 행동주의 주주와 주주민주주의의 대두(특히 임원보수에 대한 주주표결)에 착안하여 이들 주주에게 단순히 집단소송의 주도권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서 주주제안을 통해서 비합리적인 소송의 저지를 결정할 권한까지 부여하자는 것이다.

저자들은 주주의 결정을 ➀사전적인 경우와 ➁사후적인 경우로 구분하여 논한다. ➀은 특정 소송의 제기와 무관하게 사전적으로 정관이나 부속정관으로 주주의 집단소송제소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내용의 주주제안은 연방증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회사가 배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은 ➁이다. 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표결권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논문에서는 복잡한(적어도 내게는) 수식을 동원한 경제학적 분석이 시도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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