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와 관련하여 발생한 부실공시에 대해서는 인수인도 책임을 진다. 그런데 정작 인수인 책임을 인정한 판례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드물다. 오늘은 주간사인수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판결을 소개한다. 최고재판소 2020년12월22일 선고(이른바 “에프오아이”사건, 자료판 상사법무 442호73면). 판결에 대한 평석은 여럿 발표되었지만 이곳에서는 금년 7월호 주리스트에 실린 梅本교수의 평석과 상사법무 2258호(2021.3.25.)에 실린 志谷교수의 평석을 토대로 소개한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반도체제조업체인 F회사는 2009년 11월 20일 Y증권을 주간사로 하여 IPO를 통해서 동경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회사이다. F사가 상장신청 시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및 사업설명서에 기재된 2005년에서 2009년까지 영업연도의 매출에 대규모 분식이 있었고 특히 2008년과 2009년의 매출은 실로 97%가 넘게 부풀려져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를 한 회계감사인(B)은 무한정적정의견을 표시하였다. 상장을 준비 중이던 2008년 2월 F사의 분식결산을 지적하는 투서가 들어왔고 Y증권은 조사결과 투서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결국 상장신청을 철회했다. 2009년8월 F사는 다시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했고 Y증권은 주간사로서 추천서를 제출했다. 동년10월 거래소가 상장을 승인하였고 F사는 재무성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그 후 Y증권은 다시 같은 내용의 투서를 받았으나 회계사와의 면담 등을 거친 후 역시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익명의 투서의 작성자가 회사의 내부감사실장이라는 점을 인식하였으나 그와 직접면담 등은 행하지 않았다. 동년 11월 Y증권은 F사와 인수계약을 체결하였고 F사는 마침내 거래소에 상장을 마쳤다. 그 후 2010년5월 F사는 당해 신고서의 허위기재를 인정하는 취지의 공표를 하였고 동년 6월 상장이 폐지되었다. 주주 X는 F사 임원들과 Y사 등을 피고로 하여 우리 자본시장법에 상응하는 금융상품거래법의 관련규정(회사법상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 포함)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1심에서는 Y사의 책임을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Y사의 책임을 부정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재판소가 다시 Y사의 책임을 인정했으니 세간의 주목을 끌만하다.
최고재판소 판결요지를 소개하기 전에 우리 자본시장법 125조에 상응하는 금상법 21조의 관련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주체에는 인수인이 포함되는데(21조1항4호) 인수인은 “재무계산에 관한 서류에 관계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재가 허위인 것을 알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경우 면책이 된다(21조2항3호). 최고재판소는 이 면책규정에 대해서 “독립감사인과의 합리적인 역할분담의 관점에서 인수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 금융상품거래업자등이 재무계산부분에 대해서 독립감사인에 의한 감사를 신뢰하여 인수심사를 행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고 당해 금융상품거래업자등이 위 감사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고 한 다음 “위 금융상품거래업자등은 인수심사 시에 위 감사의 신뢰성의 기초에 중대한 의문을 발생시키는 정보에 접한 경우에는 당해 의문의 내용 등에 상응하여 위 감사가 신뢰성의 기초를 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조사확인을 행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으로, . . . 재무계산부분에 허위기재 등이 있는 경우에 인수업자가 인수심사 시에 위와 같은 정보에 접하게 된 때에는 당해 인수업자는 위의 조사확인을 행한 자가 아니라면 . . . 면책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최고재판소는 위 투서가 그런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후에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 . . Y증권은 F사의 주간사회사로서 그 인수심사를 담당해온 자이고 본건 각 투서에 의한 위의 의문의 내용 등에 상응하여 F사에 대해서 필요한 자료의 제시를 구하고 본건 회계사로부터 사정을 청취하며 본건 회계사에 추가의 조사보고를 구하는 등 위의 감사의 신뢰성에 관한 여러 조사를 행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고 또한 이를 행하는 것이 기대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 . [그럼에도] Y증권이 F사의 인수심사에서 F사의 본건 각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해서 본건 회계사에 의한 감사가 그 신뢰성의 기초를 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본건 각 투서에 따른 의문의 내용 등에 상응하여 조사확인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 . 이상에 따르면 Y증권은 금상법 21조1항4호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 동조2항3호에 따른 면책을 받을 수는 없다.“
우리 자본시장법과 달리 일본 금상법은 인수인의 면책을 판단할 때 ➀재무서류에 관한 부분과 ➁나머지 부분을 나누어 ➀의 경우에는 무과실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한다. 이번 판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선의만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인수인이 일반적으로 “감사의 신뢰성의 기초”를 확인할 의무는 없지만 “감사의 신뢰성의 기초에 중대한 의문을 발생시키는 정보”에 접한 경우에는 그런 의무가 발생함을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은 영미법상 recklessness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 선의를 부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연한 일이지만 이처럼 일단 선의의 경계를 유연하게 해석하기 시작하다보면 그 경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판지에 포함시키지 않은 논점 몇 가지를 언급한다. ➀이 판결에서는 직접 인수심사를 담당한 주간사를 제외한 인수인의 책임은 부정하였다. 다만 志谷교수는 그 판단에는 주간사를 제외한 인수인은 투서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➁일본 금상법은 발행회사 임원이나 회계사와는 달리 인수인에 대해서는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투자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투자자로서는 민법상의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분식결산에 관련이 없이 인수심사만을 담당한 인수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본건에서도 유통시장 투자자에 대한 Y증권의 불법행위책임은 부정되었다. 이처럼 같은 문지기에 해당하는 인수인과 회계사를 달리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 志谷교수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