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소송에서의 제소청구의 무익성에 관한 델라웨어주 대법원판결

지난 9월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주주대표소송에서의 제소청구의 무익성(futility)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다소 수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United Food and Commercial Workers Union v. Zuckerberg, et al., No. 2018-0671-JTL, 2021 WL ___ (Sep. 23, 2021). 오늘은 이 판결을 Bainbridge교수의 블로그 포스트를 토대로 소개하기로 한다.

미국법상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주주는 제소에 앞서 이사회에 제소를 청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제소청구가 무익한(futile)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것이 면제된다. 우리 상법과 달리 미국에서는 이사회의 불제소결정을 기본적으로 경영판단으로 보고 주주대표소송을 저지하는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원고주주로서는 가급적 제소청구의 무익성을 증명하여 이사회의 불제소결정이 내려질 여지를 봉쇄하려할 인센티브가 있고 어떠한 경우에 무익성이 인정되는지는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안에서 Facebook은 주식의 종류를 변경함으로써 창업자이자 지배주주인 Zuckerberg이 경영권은 유지한 채로 보유주식의 상당부분을 양도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이에 반발한 주주들이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들은 하나의 집단소송으로 병합되었다. 집단소송의 변론절차가 개시되기에 이르자 Facebook은 그 시도를 포기하고 원고주주와 화해를 체결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약 9천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이사회의 잘못된 시도로 말미암아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었으나 피고는 원고주주가 사전 제소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각하신청을 제출하였다. 1심법원이 피고의 신청을 인용하자 원고주주는 항소하였고 대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무익성요건에 대해서는 Aronson v. Lewis판결(1984)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였다. 즉 법원이 ➀이사의 이해관계 부존재와 독립성이나 ➁당해 거래가 경영판단의 적절한 행사의 산물이라는 점에 대한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무익성을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Aronson기준은 여러 가지로 비판을 받았으나 특히 무익성을 제소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거래에 관한 이사회결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Aronson기준을 보완하는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Rales v. Blasband판결(1993)의 기준이다. 그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제소청구를 받은 이사회가 제소여부를 결정할 때 독립적이고 이해관계를 떠난 경영판단을 적절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초래하는 구체적인 사실적 주장(particularized factual allegation)이 원고주주의 소장에 담겨있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다음 세 가지 경우에 Aronson기준 대신 Rales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➀당해 거래를 결정한 이사회의 과반수가 이해관계 없고 독립적인 이사들로 교체된 경우; ➁소송이 이사회의 경영판단에 속하지 않는 거래나 사건으로부터 초래된 경우; ➂당해 결정이 다른 회사의 이사회가 행한 것인 경우.

Zuckerberg사건의 원심에서 법원은 Rales기준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된 거래의 결정이 아니라 제소여부의 결정이고 제소여부의 결정에서 이사회가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법원은 Rales기준은 다음 세 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충족될 수 있다고 정리하였다. ➀이사가 제소청구의 대상인 잘못된 행위로부터 중대한 사적 이익을 얻었는지; ➁이사가 제소청구의 대상인 청구에 대하여 책임을 질 가능성이 상당한 경우; ➂이사가 위 ➀이나 ➁에 해당하는 자로부터 독립성을 결여한 경우.

대법원은 Aronson기준은 주의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의 면제를 허용하는 델라웨어 회사법규정(DGCL §102(b)(7))이 도입된 후에는 적용될 여지가 대폭 줄어들었음을 지적한다. 주의의무위반책임이 면제된 상황에서 그 기준의 ➁요소인 경영판단해당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다. 또한 Aronson기준에서 이사와 당해 거래와의 관련성을 중시한 것은 주의의무위반책임의 위험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제소청구에 대한 결정에서 당해 거래와 관련 있는 이사의 공정성을 믿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위 규정의 도입으로 그런 위험이 사라졌으므로 이사의 관련성을 따질 필요도 사라졌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Aronson기준 대신 원심이 제시한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기준을 무익성판단에 관한 보편적인 기준으로 채택하였다. 대법원은 이 기준이 반드시 Aronson기준이나 Rales기준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것을 채택한 과거의 판결들을 폐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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