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규제분야에서는 이론과 실증 양 방면에서 경제학적 분석이 활발하다. 이런 경제학적 연구의 성과는 증권규제에 대한 법적 연구에도 당연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학과 경제학을 가르는 장벽이 아직 시퍼렇게 엄존하는 국내 현실에서 경제학의 성과, 그것도 외국학계의 성과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오늘은 그런 막막한 작업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국내 독자들에게 한 줄기 광명을 던져주는 유용한 문헌이 최근 발표되었기에 소개한다. Paul G. Mahoney, The Economics of Securities Regulation: A Survey (2021). 저자는 이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일이 있지만 Virginia 로스쿨에서 학장도 역임한 증권법 전문가이다.
논문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2. Why regulate securities markets? 8
3. Empirical studies of mandatory disclosure 19
4. Regulation of public offerings 26
5. Regulation of publicly-traded companies 31
6. Regulation of trading markets and institutions 35
7. Regulation of market structure 39
8. 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42
9. Insider Trading 51
10. Market manipulation 55
11. Investment companies 57
12. Concluding remarks 60
목차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논문은 증권규제의 거의 모든 분야를 커버한다. 앞의 세 장은 총론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각론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특히 흥미를 끄는 부분은 1장과 2장이다. 1장 서론에서는 단순히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는데 그치지 않고 규제에 관한 일반론을 간단히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민법이나 형법 같은 기본법을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구성요소(building block)내지 일반규범(ordinary rules)이라고 부르고 규제는 이런 일반규범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저자는 규제와 일반규범을 전자는 사전적이고 후자는 사후적이라는 식으로 구별하는 Shavell의 견해를 지지한다.) 저자는 규제가 없다고 해서 아무런 규범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일반규범의 적용을 받을 뿐임을 지적하는데 이는 내가 자본시장법을 강의할 때 늘 강조하던 대목이기도 해서 반가웠다. 이런 인식에 따르면 규제의 정당성은 일반규범을 적용하는 경우보다 (비용편익면에서) 우월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여부에 달려있게 된다.
2장에서는 이런 규제의 일반론에 터잡아 증권시장을 규제하는 이유에 대해서 고찰한다. 저자는 그 근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하나는 경영자나 증권업자와 투자자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고 다른 하나는 대리문제(agency problems)이다. 대리문제를 해결하는 주된 수단은 회사법, 특히 신인의무인데 증권규제는 신인의무의 집행을 촉진하고 또 형사제재가 수반되는 경우에는 그 의무위반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저자는 이어서 이런 규제의 핵심을 차지하는 강제공시의 비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검토한다.
이하 각론을 다룬 나머지 장들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는 생략한다. 논문은 증권규제 전반에 걸쳐서 규제의 개요와 그 근거를 설명하고 규제가 과연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을 소개하는 구조를 취한다. 예상보다는 규제의 개요와 근거에 관한 서술이 많은데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증권시장과 그에 대한 규제의 변화를 간단하게나마 언급하고 최신 문헌까지 소개하는 점도 장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