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오인에 의한 의결권행사의 효력에 관한 일본의 최근 판결

지배주주에게 주식소유가 집중된 상황에서는 주주총회의 결의는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결의의 성립에 관한 룰이 덜 발달한 것은 주주총회가 형해화되었던 탓이 크다. 그러나 주식소유가 분산될수록 주주총회의 결과가 일부 주주의 향배에 의하여 갈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표결에 관한 룰의 중요성도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보다 주식소유의 분산이 훨씬 더 진전된 일본에서는 표결에 관한 판결들이 많다(예컨대 2020.7.5.자 포스트). 마침 주리스트 최신호에 최근의 최고재판소판결에 관한 논설이 실려 있어 그것을 소개한다. 伊藤雄司, 関西スーパー事件最高裁決定, 最二小決令3.12.14令和3年(許)第18号, ジュリスト, 2022年5月号(No.1571) 73면.

사실관계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Y회사는 다른 회사와 체결한 주식교환계약의 승인을 위하여 주주총회를 소집하였다. Y회사 주식의 0.8%정도를 보유한 A회사는 주총소집통지를 받고 의결권행사서면의 찬성란에 표시하여 반송했다. 일본 회사법상으로는 서면투표를 행한 주주가 주주총회에 실제로 출석하는 경우 서면으로 행한 투표는 무효가 됨에도 A회사 대표이사 B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주총에 출석하여 투표용지를 받았다. B는 투표용지를 회수하는 담당자에게 이미 의결권행사서를 송부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하였다. 의장이 투표용지에 기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권으로 간주되고 기권은 사실상 반대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는 점을 설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B는 이미 의결권행사서를 송부하였기 때문에 중복계산이 되는 것을 피한다는 취지에서 투표용지를 백지로 제출하였다. B는 투표용지를 제출하며 나중에 투표용지의 번호를 대조하면 중복계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하였고 투표용지의 집계작업이 진행 중에 총회검사인에게 자신이 중복계산을 피하기 위해서 백지로 제출하였음을 알리기도 했다. A회사 투표를 기권으로 간주하면 결의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지만 의장은 A회사의 투표를 찬성으로 취급하여 결의의 성립을 선언하였다. Y회사의 주주X는 결의에 취소사유가 있고 그로 인하여 Y의 주주가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주식교환유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1심에서는 출석주주의 의결권행사의 의미는 객관적으로 결정해야하고 B가 투표용지를 회수함에 넣은 행위는 기권의 의사를 전달한 것이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이유로 X의 신청을 인용하였다. 그러나 항고심과 상고심은 모두 Y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상고심결정은 항고심의 결론만을 지지하는 간단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항고심결정의 요지만을 소개한다.

항고심은 의장이 주주의 투표내용은 투표용지의 기재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판정해야한다고 전제한 후 다음과 같은 경우에 예외를 인정한다. “주주가 투표의 어떤 룰에 대해서 인식이 부족하거나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 . . 그 의사가 정확하게 투표용지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까지] 투표용지 만에 의하여 주주의 투표내용을 판정하는 것은 오히려 주주의 의사를 의결에 정확하게 반영시킨다는 투표제도를 채용한 취지에 반한다. . . [의장이 투표용지 이외의 사정도 고려할 수 있는 경우는] 오인한 투표의 룰을 미리 널리 알리거나 설명하지 않아 주주의 오인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로 투표용지 이외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에 의하여 그 오인 때문에 투표시의 주주의 의사가 투표용지만에 의한 판정과 차이가 있는 점이 명확하게 인정되고 자의적인 취급이 될 우려가 없는 경우[이다].” 항고심은 사안이 바로 그런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의장이 B의 투표를 찬성표로 취급한 것이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伊藤교수는 항고심의 논리구성을 여러 방면에서 비판한다. 특히 의장이 투표용지 이외의 사정을 근거로 파악한 주주의 진의를 토대로 투표내용을 판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을 표명한다. 그는 이 판례에서 제시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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