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거래와 불공정행위규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에 의존하는 알고리즘거래가 자본시장에서 확산되고 있으며 기존의 시세조종규제가 그것을 규율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는 논문은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바 있다. Gina-Gail S. Fletcher, Deterring Algorithmic Manipulation, Vanderbilt Law Review, Vol. 74, No. 2, 2021(2021.5.10.자). 오늘은 그와 유사한 테마의 논문을 또 한편 소개한다. Alessio Azzutti, Wolf-Georg Ringe & H. Siegfried Stiehl, Machine Learning, Market Manipulation, and Collusion on Capital Markets: Why the “Black Box” Matters, 43 U. Pa. J. Int’l L. 79 (2021). 공저자 중 한명인 Hamburg대학의 Wolf-Georg Ringe교수는 학술행사에서 몇 번 만났고 서울에서 저녁을 같이 한 적도 있는 회사법 및 금융규제의 전문가이다.

저자들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기술이 진전함에 따라 고도로 자동화된 알고리즘거래시스템(ATS)이 기존 불공정행위규제에 제기하는 위협에 대해서 검토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ATS는 기존 규제로 대처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시세조종과 암묵적 공모(collusion)를 초래한다. 논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II장은 자동화된 ATS의 개념을 소개하고 그 기술적 잠재력을 설명한다. 이어서 III장에서는 ATS가 어떻게 시세조종과 공모에 해당하는 행위를 실행하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서 살펴본다.

법적 관점에서 본론에 해당하는 것은 IV장이다. IV장에서는 현재의 규제구조가 이러한 새로운 시세조종에 대처하는데 어떠한 면에서 미흡한지를 지적하고 몇 가지 개선방향을 제시한다. 먼저 a절에서는 알고리즘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①운영상의 장애로 인하여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②시세조종을 초래할 의도를 가진 자연인이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경우; ③자동화된 인공지능거래시스템에 의한 시장남용(market abuse). 이들 중 규제상 가장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③이라고 한다. b절에서는 기존 법원칙의 한계를 설명한다. 즉 자동화된 알고리즘의 결정에 대해서 고의(scienter)를 증명하거나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예측가능성(foreseeability)을 논하기 어려우며, 또한 인공지능거래의 “black box”적 특성상 거래시스템의 개발이나 운용에 관여하는 자연인의 “과실”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c절에서는 알고리즘거래에 관한 현재 규제의 결함을 거래기업, 거래장소, 규제당국의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d절에서는 개선방안을 검토한다. 저자들은 인공지능거래시스템 자체에 법인격을 인정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나아가 저자들은 인공지능거래자체를 금지하거나 엄격책임을 적용하는 방안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따르기 어렵고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과도한 위험과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기 위한 규제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개선방안을 사전적인 방안과 사후적인 방안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강조하는 것은 “human-in-the-loop”라는 사전적인 방안이다. 이는 인공지능의 의사결정과정에 인간을 개입시킴으로써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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