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기관의 역할을 하는 자산운용사

USC의 Dorothy Lund교수는 UPenn의 Elizabeth Pollman교수와 함께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여성학자이다. 그의 논문은 이미 수차례 소개한 바 있는데(가장 최근 것은 2022.6.7.자 포스트) 오늘은 또다시 자산운용사에 대한 최신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Dorothy S. Lund, Asset Managers as Regulators, 171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forthcoming 2022).

미국에서 통상 Big Three라고 불리는 BlackRock, Vanguard, State Street 등 3대 자산운용사들은 2017년 현재 S&P 500주식의 20.5%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은 머지않아 시장전반에서 지배주주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논문은 Big Three가 이미 막대한 보유주식의 의결권행사를 의결권행사를 통해서 투자대상회사의 행동을 통제함으로써 규제기관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함을 지적하고 그 원인과 문제점을 논한다. 논문의 본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먼저 II장에서는 논의의 기초를 위해서 현재 공적규제의 전반적 문제점과 Big Three의 대두에 대해서 살펴본다. 공적규제의 문제점으로는 이른바 규제기관의 포획(regulatory capture)와 입법과 규제의 경직성을 든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현재 미국에서는 상당한 국민적 지지가 있는 경우에도 규제가 실시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규제의 마비상태와 자산운용사의 영향력증대가 맞물리다보니 정부가 제공할 수 없는 규제기능을 자산운용사에게 기대하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논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III장에서 검토한다. 저자는 Big Three등 자산운용사는 의결권행사를 통해서 대상회사의 행동을 통제하는데 그런 활동에 주된 동인을 제공하는 것은 자신들의 고객인 투자자,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요구라고 주장한다. 자산운용사는 그밖에 정부의 기대도 고려하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여성이사의 선임과 기후변화위험이란 두 가지 이슈와 관련하여 전개한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자산운용사의 활동을 시스템위험을 최소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투자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식으로 자산운용사 본연의 목표와 연결시켜 설명하는 Gordon교수 같은 학자들의 견해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한다.

IV장에서는 이처럼 자산운용사가 공적규제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현상을 “민영화된 규제”(privatized regulation)라고 부르고 그런 현상이 갖는 함의를 논한다. 정부가 여건상 제공하지 못하는 규제기능을 Big Three가 제공하는 것은 회사가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소수의 영리회사가 고객의 요구에 따라 규제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그것이 반드시 공익에 부합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할 일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자산운용사의 이 같은 활동은 주주의 자격으로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회사법원칙상으로는 당연한 것이지만 민주주의적 관점에서는 정치적인 정당성이 없는 소수의 투자회사가 전체 미국경제를 위한 규제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그의 지적이다. 저자는 Big Three의 규제활동에 대해서는 정부의 감독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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