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나 CSR 등 회사의 목적에 관한 논의는 국내외적으로 과도할 정도로 왕성하다. 이 블로그에서는 가급적 그에 관한 소개는 자제하고 있지만 오늘 소개하는 글과 같이 정상급 학자가 발표한 연구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Oliver Hart & Luigi Zingales, The New Corporate Governance, University of Chicago Business Law Review, Summer 2022, Vol.1, Issue 1. 두 저자는 모두 저명한 경제학자로 특히 Hart교수는 2016년도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회사의 목적에 관하여 주류적 견해인 주주가치극대화(Shareholder Value Maximization: SVM)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 대신 주주후생극대화(Shareholder Welfare Maximization: SWM)을 채택할 것을 주장한다. SVM은 주주이익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표창하는데 비하여 SWM에서 말하는 주주후생은 주주의 주관적인 선호(preferences)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책임의 요소도 포함되는 개념이다. 저자들은 SWM을 당위적인 차원에서 채택할 것을 주장할 뿐 아니라 실증적 차원에서도 주주들의 실제 행동을 더 잘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논문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I장에서는 전통적인 모델인 SVM이 타당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완전경쟁의 경제와 외부효과의 부존재를 제시한다. III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그러한 전제조건이 결여된 경우로 ①불완전경쟁, ②불완전시장, ③주주의 분산투자로 인한 이른바 공동소유(common ownership), ④외부효과와 사회적 고려의 네 가지 경우를 언급한다. 이들 중 저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④이다. 그들은 최근에는 기업의 외부효과가 증대됨과 아울러 사익과 아울러 타인의 이익에도 배려하는, 즉 사회적책임이 있는 주주들이 증가하였음을 지적한다. 외부효과가 증대되더라도 정부가 세금을 통해서 피해자들을 적절히 보상할 수 있다면 SVM을 그대로 견지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프리드만의 “분리”정리(separation theorem)에 따르면 회사는 오로지 주주이익극대화만을 추구하고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면 주주들이 배당금으로 사회적 기부를 할 것이 기대된다. 문제는 그 경우 주주들이 기부하는 금액은 아무래도 회사가 기부하는 경우보다 줄어들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저자들이 더 문제로 보는 것은 사회적 고려가 문제되는 경우는 기부와 같이 회사의 다른 활동과 분리되는 경우 뿐 아니라 회사의 사업활동과 불가분적으로 관련되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후자의 예로 다음 4가지 경우를 든다.
①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 듀퐁사의 경우에는 쓰레기를 줄이면 환경은 개선되지만 회사이익이 줄어든다.
②양계를 위해서 항생제를 사용하는 회사의 경우로 소비자의 항생제 저항력을 피하려면 항생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③낙태약을 제조하는 제약회사의 경우 낙태에 반대하는 일부 주주들은 회사이익이 감소하더라도 생산량을 감소시킬 것을 원한다.
④정치인들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회사의 경우 그것을 공개하면 민주주의에는 기여하지만 주주가치는 감소할 것이다.
①~④와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 기부의 경우와는 달리 위와 같은 분리정리를 적용할 여지가 없다. 저자들은 이런 경우에는 결국 회사차원의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고 주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V장에서는 SVM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반적인 목적으로 수용된 이유에 대해서 살펴본다. 저자들은 그 주된 이유로 주식소유의 기관화를 든다. 특히 연금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적용되는 ERISA는 운용자가 재무적인 이익을 추구할 것을 요구한다. SVM은 일반 뮤추얼펀드 운용자들은 물론이고 경영자들 사이에서도 실무관행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끝으로 V장에서는 SWM의 내용과 그 적용상의 논점들에 대해서 논한다. 흥미로운 것은 SWM이 어떠한 경우에 특히 타당성을 갖는가에 관한 논의이다. 저자들은 회사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데 비교우위를 갖는 경우에 한하여 사회적 쟁점에 관한 주주들의 참여를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비교우위를 갖는 경우의 예로는 회사가 고유한 생산기술을 갖는 경우(위 ①과 ②), 시장지배력을 가진 경우(위 ③) 등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