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부터 1992년에 걸쳐 진행된 ALI의 Corporate Governance 프로젝트는 내 연구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 Analysis and Recommendations(1994)는 아직도 내 서가에 소중하게 모셔놓고 있다. ALI가 30년 만에 다시 같은 프로젝트를 이번에는 단순한 Analysis를 넘은 Restatement라는 명칭을 붙여 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반가웠다. 그에 대해서는 Bainbridge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몇 차례 신랄한 비판을 실은 바 있고 그에 대해서는 이미 2년 전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다(2020.10.9.자). 오늘은 ALI Project에 대해서 긍정적 평가를 담고 있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William W. Bratton, Special Interests at the Gate: The ALI Corporate Governance Project, 1978-1992, American Law Institute Centennial History (Robert Gordon & Andrew Gold eds., Oxford, forthcoming 2023). 저자인 Bratton교수에 대해서는 2021.3.15.자 포스트 참조.
Bainbridge의 글과 마찬가지로 Bratton의 글도 Project가 시작되고 진행된 과정을 조망하지만 Bratton의 글이 훨씬 상세하고 미국 회사법을 둘러싼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고 있어 유익하다. 이하에서는 각장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2장에서는 Project의 동기를 다룬다. Corporate Governance의 핵심개념인 management accountability는 Berle와 Means의 명저, The Modern Corporation and Private Property에서 이미 부각되었지만 그것이 보다 절실한 문제로 대두된 것은 전후의 호황이 끝나고 전문경영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1970년대의 일이다. 이 시기에 주목을 끈 것이 바로 Eisenberg교수가 주장한 감독형 이사회였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Nader나 Seligman같은 개혁론자들(Progressives)과 Business Roundtable로 대표되는 대기업경영자들이라는 두 집단의 정치적인 대립을 서술한다. 3장에서는 Project의 진행과 그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 설명한다. 공격은 이미 1982년 제1초안이 발표될 때부터 시작되었다. 재계에서는 Project가 주로 기업현실을 모르는 법률가들이 실증적인 뒷받침없이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였다. 특히 이들은 제1초안이 주주소송에 너무 의존하고 주의의무를 강화한다는 점에 우려하였다. 4장에서는 이런 비판에 대해서 Project작성자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서술한다. 1984년 발표된 제2초안에서는 제목을 Restatement에서 Analysis로 변경하고 주의의무에 관한 표현을 다소 변경하였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그대로 유지했다.
5장은 충성의무를 다룬다. 저자는 Project에서 충성의무에 관한 부분을 특히 높이 평가한다. 6장에서는 학계의 비판, 특히 Easterbrook을 비롯한 법경제학자들의 비판을 소개한다. 7장에서는 기업인수에 대해서 검토한다. 저자는 기업인수문제와 관련해서는 그것을 기피하는 경영자들과 그 가치를 인정하는 법경제학자들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8장에서는 가장 예민한 주제인 주주대표소송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한다. 저자는 Project작성자들이 경영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대표소송의 가치를 인정하고 특히 충성의무위반과 관련해서는 이사회가 대표소송을 봉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결론에 해당하는 9장에서 저자는 다른 평자들과는 달리 Project가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Project이후 역사의 진행과정에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며 경영자를 패자쪽으로, 그리고 작성자들을 승자쪽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