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약 해석상 문언주의의 문제점

오늘날 특히 기업사이의 금융계약에서는 문언해석이 지배하고 있다. 이를 문언주의라고 부르는데 오늘은 대출계약에서의 문언주의가 발생시키는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Sneha Pandya & Eric L. Talley, Debt Textualism and Creditor-on-Creditor Violence: A Modest Plea to Keep the Faith (2023) 공저자 중 Talley교수는 이 블로그에서도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콜롬비아 로스클 교수이고 Pandya는 그의 문하생으로 짐작된다.

논문의 본론은 문언주의의 흥성에 관한 II장, 문언주의의 규범적 평가에 관한 III장, 그리고 문언주의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개선방안에 대한 IV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먼저 계약의 공백을 보충하는 법리로서의 이른바 신의성실 및 공정거래의무(duty of good faith and fair dealing)이 회사의 금융거래에서 역할이 축소되고 문언주의가 확산된 과정을 살펴본다. 저자들은 특히 두 가지 요인을 지적한다. 하나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현대의 복잡한 금융계약에서는 당사자들의 공통된 “의사”(intent)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boilerplate조항들이 많이 사용됨에 따라 통일적이고도 예측가능한 해석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신의성실의무의 후퇴과정을 주요 관련 판례들을 통해서 조망하는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도산임박기업에서의 채권자에 대한 신인의무에 관한 일련의 판결을 언급하는 대목이었다.

상대적으로 짤막한 III장은 문언주의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는데 단점으로는 계약의 비대화, 복잡성, 경직성을 든다. 경직성이 초래되는 이유는 일부 조항을 변경하는 것이 다른 조항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원이 문언주의를 고집하는 결과 당사자들은 숨은 모순이나 구멍이 있는지를 찾아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활용하려 할 인센티브를 갖는다. 이러한 당사자의 인센티브는 특히 채권의 규모가 커질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LBO시장에서 활동하는 PEF의 증가와 부실채권투자자의 등장으로 그런 인센티브를 갖는 채권자도 증가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채권재조정(debt restructuring)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IV장에서는 문언주의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는 정책적인 선택지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한다. ①시장이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방임하는 것; ②법원의 개입을 촉진하는 것; ③입법적/규제적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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