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포이즌필(poison pill)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방어수단에 대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Curtis J. Milhaupt & Zenichi Shishido, The Enduring Relevance of the Poison Pill: A U.S.-Japan Comparative Analysis (2023) 저자들은 모두 비교회사법의 대가들로 Milhaupt교수는 스탠포드 로스쿨 교수, 그리고 Shishido교수는 일본 히토츠바시대 명예교수 겸 무사시노대 교수이다.
본문이 20면에도 못미치는 이 짧은 논문은 미국과 일본의 포이즌필의 과거와 현재를 명쾌하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특히 양국의 중요한 관련 판례들을 소개할 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배경까지 곁들이고 있어 심층적 이해를 돕는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본론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장에서는 포이즌필이 미국에서 출현하게 된 과정과 그것이 일본에서 수용된 과정을 간단히 살펴본다. 저자들에 따르면 양국의 포이즌필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주주이익극대화가 회사법의 주된 목적이고 그것이 시장에서도 널리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운영과 관련해서는 이사의 우위(director primacy)가 확립되고 있어 포이즌필의 발동도 주주의 관여 없이 이사회가 결정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사회적으로 非주주이익이 강조됨에도 불구하고 회사법상으로는 주주권의 범위가 광범하며 포이즌필에 대해서도 주주의 우위(shareholder primacy), 즉 주주의 결정권이 인정된다.
II장에서는 양국에서의 포이즌필의 변화와 관련 판례를 살펴본다. 먼저 일본에서 사전경고형 필이 출현하여 확산되고 이어서 쇠퇴하게된 과정을 검토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법원이 포이즌필을 여전히 폭넓게 허용하고 있음을 2011년의 Airgas판결을 통해서 보여준다. Airgas판결에서 대상회사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포이즌필의 소각을 위해서 공개매수자가 추천한 3명의 이사들을 선임하였지만 시차임기제 때문에 과반수를 교체할 수는 없었다. 공개매수가격은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6명의 이사들은 여젼히 그것이 낮다고 판단하고 포이즌필의 소각에 반대하였다. 법원은 적대적 공개매수를 저지할 권한은 궁극적으로 이사회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III장에서는 기관투자자의 행동주의와 ESG가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오늘날의 포이즌필에 대해서 논한다. 저자들은 먼저 델라웨어주에서 주주행동주의에 대처하기 위한 포이즌필(이른바 anti-activist pill)의 활용에 대해서 검토한다. 그 사례로 주주권행사를 심하게 제약하는 anti-activist pill의 금지를 명한 2021년의 Williams Companies판결과 그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한다. 이어서 동경기계판결을 비롯한 포이즌필에 관한 일본의 최근 판결들을 소개한다. 일본의 법원은 포이즌필에 대한 주주의 결정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데 저자들은 소수주주의 과반수동의(이른바 MoM)를 비롯한 주주들의 관여에 대해서 회의적인 견해를 표시한다.
결론인 IV장에서 저자들은 양국의 포이즌필과 관련하여 몇 가지 나름의 평가 내지 관측을 하고 있다. 저자들은 – 특히 일본에서 포이즌필이 소멸할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견해와는 달리 – 포이즌필은 미국에서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