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와 회사민주주의

지난 2월4일 포스트에서 기관투자자가 실질적 보유자의 의사를 의결권행사에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pass-through와 client-directed voting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오늘은 그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담고 있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ILL FISCH & JEFF SCHWARTZ, Corporate Democracy and the Intermediary Voting Dilemma, FORTHCOMING TEXAS LAW REVIEW 2023 Fisch교수는 이미 수차례 소개한 바 있는 펜실베니아대학 교수이고 Schwartz교수는 유타대학 교수이다.

기관투자자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실제 이해관계자가 최종투자자인 수익자(beneficiary)라는 점에서 이른바 empty voting의 문제가 있어 일찍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에는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또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부쩍 늘어난 감이 있다. pass-through voting은 대표적인 개선안으로 작년에 BlackRock이 정식으로 채택하였고 또 그것을 의무화하기 위한 법안이 미국의회에 제출된 바 있다. 이 방안은 얼핏 최종투자자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저자들은 반대의견을 분명히 한다. 그 이유로 저자들은 최종투자자들은 분산된 소액주주들과 마찬가지로 투표를 하지 않거나 즉흥적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든다. 그렇게 되면 주주행동주의를 통해서 겨우 가능해진 경영자에 대한 견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주주와 경영자간의 대리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의 중개기능(intermediation)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롭게 규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펀드매니저들로 하여금 수익자들의 선호를 파악하고 평가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노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펀드매니저의 이런 의무가 수익자에 대한 신인의무의 일부에 속한다는 이론구성을 택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의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 소송에 의존하기보다는 규제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제당국이 펀드매니저로 하여금 의결권행사와 포트폴리오회사에 대한 의견전달을 할 때 수익자의 견해를 참작할 것을 요구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다만 규제당국은 지침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구체적인 절차는 각 기관투자자가 재량을 갖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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