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목적의 두 가지 차원

회사의 목적에 대한 논의는 이미 수차 소개한 바 있다(예컨대 2021.11.5.자, 2021.2.17.자 등). 오늘은 이에 관한 시각과 논의를 간단히 정리한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Dorothy Lund & Elizabeth Pollman, Corporate Purpose, in THE OXFORD HANDBOOK OF CORPORATE LAW AND GOVERNANCE (Jeffrey N. Gordon & Wolf-Georg Ringe eds., Oxford Univ. Press 2d ed. forthcoming 2023) 저자들은 미국 회사법학계에서 명망이 높은 중견학자로 이미 여러 차례 이곳에 등장한 바 있다. Pollman교수는 이달 중순 서울대에서 개최된 GCGC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발표하는 솜씨도 논문 못지않게 빼어났지만 인품도 훌륭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논문이 게재될 Oxford Handbook은 이미 소개한 바 있는(2020.3.18.자) 명저인데 2018년에 나온 초판에 이어 곧 2판이 발간된다고 하니 상업적으로도 꽤 성공을 거둔 모양이다.

이 논문의 첫 번째 미덕은 Handbook에 실리는 논문답게 본문이 20페이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짧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회사목적을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검토한다. 하나는 ①정관소정의 사업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②회사가 주주이익 이외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지(또는 추구해야 하는지)의 문제로 저자들은 이를 “거창한 회사목적 논의”(the Great Corporate Purpose Debate)라고 부른다. ①은 개별회사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고 이에 관해서 현재 미국회사법은 방임적 태도를 취한다.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①에 관한 논의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데 반하여 ②에 관한 논의는 특히 대규모 공개회사와 관련하여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다. ①에 관해서는 Pollman교수가 이미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2021.6.2.자), ②에 대해서도 대호평을 받은 저자들의 논문인 Corporate Governance Machine(2021.2.17.자)에서 다뤄진 바 있다. 아마도 이들이 Handbook 2판에서 회사목적에 대한 챕터를 맡게 된 것은 이러한 선행연구의 영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논문의 구성은 간단하다. 먼저 2장에서는 ①의 문제를 살펴보고 3장에서는 ②의 문제를 검토한다. 이 논문의 과반을 차지하는 3장에서는 먼저 회사목적에 대한 논의의 역사와 주요개념을 설명하고 이어서 현재의 논의상황을 정리한다. 끝으로 4장은 이들 두 문제에 대한 상반된 접근방식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들의 견해가 부각되는 부분은 바로 4장이므로 이곳에서는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먼저 ①은 개별회사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져 있고 경영자들은 폭넓은 재량을 누린다.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토대로 자유롭게 구체적인 사업을 선택하여 영위한다. 이러한 경영자의 재량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②이다. 특히 회사목적을 주주이익극대화로 파악하는 경우에는 경영자의 사익추구나 방만한 경영이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①과 ②사이에는 긴장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주로 학문적인 차원의 논의에 지나지 않은 ②가 어떻게 경영자들을 제약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이에 관해서 저자들은 Corporate Governance Machine 논문에서 전개한 논리를 반복한다. 즉 ②에 관한 믿음이 법, 非법적제도, 문화적 감정 등으로 이루어진 기업지배구조시스템(corporate governance machine)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경영자의 행동을 제약하며 현재의 기업지배구조시스템은 주주이익우선주의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결국 경영자들은 주주이익에 봉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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