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와 회사의 공시의무 – EU와 미국 자본시장법의 차이

일반적으로 각국의 자본시장법은 정보의 비대칭을 최소화하여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입법례인 EU와 미국의 자본시장법은 회사의 공시의무와 관련해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오늘은 양자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의 수시공시의무의 차이를 조명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Chiara Mosca & Chiara Picciau, Inside Information and Issuer Disclosure Obligations: The Long Way to Convergence between the European Union and the United States, in Iris H.-Y. Chiu and Iain G. MacNeil (eds), Research Handbook on Global Capital Markets Law, Edward Elgar Publishing Ltd, 2023 Forthcoming. 두 저자는 모두 이태리 대학에 재직하는 소장학자들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EU법은 “정보접근에서의 평등”(parity of access to information)을 추구하기 때문에 회사의 내부정보를 공시할 의무를 폭넓게 인정하는데 비하여 미국법은 중요정보의 공시를 제한적인 경우에만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가 EU와 미국의 공시의무와 내부자거래에 대한 규제의 차이를 낳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본문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2장에서는 EU의 시장남용규정(Market Abuse Regulation: MAR)에 따른 회사의 수시공시의무와 그 이론적인 근거를 살펴본다. 시장남용규정은 회사로 하여금 내부정보를 가급적 조속히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17조 1항). 시장남용규정은 내부정보를 “하나 이상의 발행자나 하나 이상의 금융상품과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되고, 공개되는 경우에는 그 금융상품이나 관련 파생금융상품의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미공개의 명확한 성격의 정보”(information of a precise nature)라고 정의한다(7조1항). 저자들은 정보의 명확성(precision)과 가격관련성(price-sensitivity)을 내부정보의 양대 핵심요소로 파악한다. 시장남용규정은 정보가 제시하는 상황이나 사건이 금융상품 등의 가격에 미칠 가능성 있는 효과에 대해서 결론을 도출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구체적인 경우에는 명확한 성격의 정보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7조 2항). 이처럼 내부정보가 폭넓게 규정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실적인 부담을 고려하여 시장남용규정은 광범한 유보사유를 인정하고 있다(17조 4항)

이어서 3장에서는 미국의 관련법규와 판례법을 소개한다. 2장과 3장의 내용은 사실 국내에서도 이미 비교적 상세히 소개되어 있지만 이 논문은 그 개요를 잘 정리하고 있어서 큰 그림을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매우 유익하다.

그렇지만 논문의 핵심은 이러한 두 가지 상반된 접근방식의 주요 장단점을 제시한 4장이라고 할 것이다. 저자들은 양자의 차이는 결국 어떤 회사정보를 공시할 것인가를 판단할 책임을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지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EU의 경우에는 그 책임을 주로 회사에 부담시키는데 비하여 미국에서는 특히 SEC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특정 정보가 수시공시의 대상이 되는 “내부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과 유보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을 EU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파악한다. 바로 그러한 회사의 부담이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회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 저자들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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