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녀온 영국여행에 동행했던 재무관리전공의 친구와 대화 도중 런던증권거래소(London Stock Exchange: LSE)의 쇠퇴가 화제에 올랐다. 쇠퇴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그 순위에 대해서는 서로의 생각이 달랐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나무위키가 2023년 현재 세계의 거래소 중에서 10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5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로서는 LSE의 쇠퇴, 나아가 영국의 쇠퇴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마침 귀국한 후 LSE의 부진에 대한 최신 논문을 발견했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Brian R. Cheffins & Bobby V. Reddy, Murder on the City Express – Who is Killing the London Stock Exchange’s Equity Market? The Company Lawyer (Forthcoming 2023)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Cheffins교수와 공저자는 모두 캠브리지대학의 교수이다.
논문의 본론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LSE의 부진의 원인으로 공개회사의 후퇴를 초래한 일반적인 원인인 사적 자본(private capital)의 성장에 대해서 살펴본다. 특히 사적 자본의 대표격인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공개회사의 후퇴는 비단 영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하여 영국의 쇠퇴가 두드러진 것은 사적 자본의 대두외에 다른 요소도 작용함을 시사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따라서 2장에서는 먼저 영국에 특수한 요소로 ①과도하게 엄격한 상장요건과 ②과도하게 제한적인 지배구조관련 규정을 검토한다. ①과 관련해서는 이미 전에 소개한 바 있는 Hill Review가 발표된 바 있다(2021.5.12.자). Hill Review를 토대로 상장요건이 일부 완화되었고 유통시장에 대한 개혁조치가 추진중에 있다. 한편 Hill Review는 ②도 회사의 상장회피를 초래하는 원인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FSA는 LSE의 프리미엄부문(premium tier)과 스탠다드부문(standard tier)을 통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①이나 ②만으로는 LSE의 퇴보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5장에서 영국시장에 특유한 다음 요인들을 짚어 본다. ①애널리스트의 분석대상인 회사가 제한된다는 점, ②스타트업기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의 부족, ③시장을 지배하는 대규모 공개회사의 부존재, ④기업규모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경영자의 부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