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발전과 법의 역할 – 영국의 역사적 경험

얼마 전 런던증권거래소의 쇠퇴와 그 원인에 대한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2023.6.20.자). 그 논문의 저자들이 최근 다시 영국 자본시장과 법 사이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본 논문을 발표하였기에 소개한다. Brian R. Cheffins & Bobby V. Reddy, Law and Stock Market Development in the UK Over Time: An Uneasy Match (2023)

지난 번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영국은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개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작업의 배후에는 경제발전은 강한 자본시장을 필요로 하고 자본시장의 발전에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영국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자본시장과 법의 관계에 대한 이러한 통념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영국은 20세기에 들어서까지도 투자자보호에 대해서는 대체로 방임적 태도를 취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자본시장의 발전과 모순되는 정책을 취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의 자본시장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규제에도 불구하고 융성하였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 논문의 목적은 영국에서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자본시장의 발전과 법정책 사이의 부조화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다.

저자들은 투자자보호가 자본시장 발전의 전제조건이란 통념을 설명한 후 영국 자본시장 발전과정을 역사적으로 서술한다. 일부 학자들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초의 방임적인 회사법이 주식시장을 망가뜨렸고 그것이 영국산업의 후퇴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주식시장은 그 시대에 오히려 여러 면에서 발전되어 있었다고 반박한다. 저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20세기 중반에는 정부의 불리한 정책 때문에 자본시장이 암흑기를 겪었으나 1980년대부터는 규제의 변화에 힘입어 황금기를 맞이했다. 1990년대에는 정책적인 지원이 약화함에 따라 자본시장의 쇠퇴가 진행되었으나 202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본시장의 발전이 정책과제로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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