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에 관한 미국연방법원의 최근 결정

지난 7월말 테라·루나를 판매한 테라폼랩스와 그 대표자인 권도형을 상대로 SEC가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뉴욕남부지방법원이 피고측의 소각하신청을 기각하였다. 마침 감사하게도 박준교수가 결정문을 보내왔기에 소개한다. 담당판사는 연방지방법원에서는 가장 명성이 높은 축에 속하는 라콥판사(Jed S. Rakoff)이다. 그 동생인 토드 라콥은 하바드로스쿨의 행정법교수인데 20여년전 그가 하바드로스쿨 학장단의 일원으로 서울대를 방문했을 때 한번 만난 적이 있다.

피고측이 소각하신청을 하면서 제시한 이유는 ①인적재판관할권(personal jurisdiction)의 결여와 ②주장자체의 부당성(failure to state a claim), 두 가지지만 여기서는 ②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②는 원고의 소장에 법원의 구제를 받을 만한 청구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피고의 신청에 대해서는 소장기재사실이 모두 원고에게 유리하게 증명된 것으로 가정하고 판단한다. 이 판단은 사실인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법원이 피고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고주장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단지 절차가 계속 진행될 뿐이다. ②에서 핵심적인 논점은 문제의 암호자산이 연방증권법상의 증권, 특히 투자계약(investment contract)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소장기재사실이 맞다면 문제의 암호자산이 투자계약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법원은 투자계약에 관한 리딩케이스인 Howey판결의 기준을 토대로 논의를 출발한다. “증권법상의 투자계약은 ①공동의 사업(common enterprise)에, ②자금을 투자하여, ③오로지 사업자나 제3자의 노력으로부터(solely from the efforts of the promoter or a third party), 이익을 기대하는 계약, 거래, 계획(contract, transaction or scheme)을 의미한다”. 법원은 문제의 암호자산과 피고들이 그 판매과정에서 채택한 수단들이 위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으로 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법원이 투자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사자 간에 보통법상의 계약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한 대목이다. 법원은 Howey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이 계약만이 아니라 “거래”와 계획”까지 포함시킨 것은 “투자계약”이 보통법상 기술적으로 유효한 서면이나 구두의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의회가 의도하였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법원은 Howey기준을 적용할 때에는 당사자들의 경제적 거래(economic arrangement)의 “형식”만이 아니라 그 “실체”(substance)까지 검토해야 하며 “총체적인 상황”(totality of the circumstances)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투자계약이 아니었던 것도 그 실체가 변화하는 경우에는 투자계약에 해당하게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투자계약법리의 이해에 비춰 보면 테라(UST)와 루나는 처음 개발당시에는, 그리고 그것만을 놓고 볼 때에는, 투자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들 코인이 외부와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SEC는 테라와 연계된 루나가 처음부터 테라폼의 블록체인 에코시스템의 발전에 따라 가치가 상승하는 투자대상으로 판매되었으며 판매된 테라의 거의 75%가 Anchor Protocol이란 수익창출 프로그램을 위해 예치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법원은 SEC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의 암호자산이 투자계약에 해당한다는 그의 주장이 상당히 신빙성(plausible)을 갖게 되므로 피고의 각하신청은 기각한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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