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RN을 검색하다보면 미국 교수들이 소송사건과 관련해서 연명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송과 관련해서 학자들이 의견서를 제출하는 일은 이제 드물지 않지만 미국처럼 수십 명이 연명으로 쓰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최근에는 12명의 저명한 증권법학자들이 제출한 SEC 규칙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서가 눈길을 끌었다. 그 내용이 얼마 전 다룬 바 있는 공매도와도 관련이 있어 소개하기로 한다. 지난 번 소개한 이관휘 교수의 책에서도 공매도가 시세조종에 이용되는 사례를 언급하고 있지만 청원서는 애널리스트가 특정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하기 전에 공매도를 하고 가격 하락 후에 공매도 포지션을 정산하는 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 이런 행위는 scalping이라고 불리는데 특히 그 보고서내용이 허위인 경우에는 비난가능성이 더 높다. 교수의 책에서도 그런 보고서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경우가 소개되고 있지만(130-131면) 미국에서는 보고서 발표 후 가격이 일시 하락했다가 다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경우라면 공매도의 선기능이라 할 수 있는 가격발견기능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흔하다는 것인데 위 학자들은 이런 행태를 막기 위한 규칙제정을 요구한 것이다.
청원서는 다음 두 가지를 규칙으로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➀ 임의로 공개된 포지션이 실제 포지션과 달라지는 경우에는 그것을 수정할 의무를 부과할 것. ➁ 보고서를 발표한 후 바로 공매도 포지션을 정산하는 것은 사전에 그런 의사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기적 scalping으로 처벌된다는 것.
➀과 관련하여 매도의견을 내는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공매도 사실을 밝히는 경우가 많다. 공매도를 동반한 매도의견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투자자에 대한 영향력이 더 크다고 한다. 문제는 자신이 공개한 공매도 수량이 실제 수량과 차이가 생기는 경우에 그 공시를 수정할 의무가 있는가이다. 이에 대해서는 판례가 엇갈리고 있다. ➀은 그 부분을 정리하기 위한 제안이다.
➁와 관련하여 미국 판례상 컬럼니스트는 특정 주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직후에 자신이 당해 주식을 거래할 의사가 있으면 그것을 밝힐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의무가 공매도의 경우에도 적용되는지는 분명치 않다. ➁는 그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제안이다.
청원서는 본문이 7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문서이다. 그렇지만 공매도와 시세조종에 관한 미국법의 현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눈길이 갔던 곳은 promptly와 immediately의 차이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었다. 짧은 문서니 궁금한 분은 직접 읽고 음미해보시라!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3538340&download=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