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축출

최근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만의 축출사태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마침 이와 연관된 최신 논문이 눈에 띄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Yifat Aran & Elizabeth Pollman, Ousted, Theoretical Inquiries in Law, Forthcoming. 공저자인 Pollman교수는 이미 여러 차례 블로그에 소개한 바 있는 회사법학자로 가히 차세대의 선두주자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서울대에서 열린 GCGC학술대회에서 만나보았는데 발표도 훌륭했지만 인품도 매우 원만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 논문은 창업자의 축출을 대상으로 한다. 저자들은 “축출”을 창업자가 이사회에 의하여 해임당하는 경우뿐 아니라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임을 선택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파악한다. 논문은 올트만의 해임사태 이전에 쓰여진 것이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Steve Jobs를 위시하여 창업자 교체의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축출을 피하기 위해서 창업자들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이른바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창업자들은 차등의결권주식을 통해서 경영권을 거의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다. 저자들이 주목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창업자들이 넓은 의미의 축출을 당하는 예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논문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것은 이처럼 경영권방어수단을 가진 창업자들도 축출을 피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내지 압력)들을 검토한 부분이다(II장). 저자들은 그러한 요소로 ①저조한 실적, ②법적 문제, ③직원의 압력, ④여론의 압력, ⑤개인적 갈등 등을 든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요소들은 서로 얽혀서 창업자가 더 이상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게 만들어 마냥 버티기보다는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다양한 비공개회사 및 공개회사의 사례들을 통해서 이러한 요소들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서 저자들은 ①이러한 요소들이 강력한 창업자들에 대해서 갖는 한계(III장-A)와 ②이러한 논의가 차등의결권주식에 대해서 갖는 함의(III장-B)를 지적한다. ①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적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창업자에게 미치는 퇴출압력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다. Zuckerburg와 같이 여러 실패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버텨내는 창업자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창업자도 있다. ⓑ때로는 상황이 너무 심각해서 창업자 축출에 이어서 회사가 망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축출된 후에도 창업자가 회사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축출된 창업자가 Jobs처럼 다시 복귀하거나 새로운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②와 관련해서는 저자들은 이처럼 의결권의 과반수를 확보한 창업자도 축출될 수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차등의결권주식이 발행된 회사가 대리문제가 심각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저자들은 고성장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대리비용의 위험과 높은 투자수익의 매력 사이의 충돌에서 후자를 택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이 대목은 “과거 고성장시대에 우리 재벌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비슷한 저울질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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