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간 만에 회생계획의 인가를 마친 Belk사의 도산사건

최근 국내 미디어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지배주주측의 자구노력의 규모를 두고 지배주주측과 채권단 사이에 진행된 줄다리기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오늘은 오래만에 도산법에 관한 최근 문헌을 소개한다. Robert K. Rasmussen & Roye Zur, The Beauty of Belk, American Bankruptcy Law Journal (2023) 공저자인 Rasmussen교수는 도산법 전문가로 USC 로스쿨 교수이다.

논문은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지 16시간만에 회생계획의 인가를 마친 Belk사의 도산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이 인가결정에 대해서는 도산법 대가인 Lopuki교수가 무법적인 조치(lawlessness)라고 혹독하게 비판한 바 있다. Lynn LoPucki, Chapter 11’s Descent into Lawlessness, 96 AM. BANKR. L.J. 246 (2022) 저자들은 Lopuki교수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Belk결정은 도산제도의 최선의 사례라고 칭송한다.

논문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과 II장은 사건의 배경에 관한 설명을 제공한다. I장에서는 Belk사의 연혁과 2015년에 있었던 LBO를 통해서 Sycamore Partners라는 사모펀드가 새 지배주주가 되고 기관투자자들이 담보대출을 통해서 채권자로 자리잡은 과정을 설명한다. II장에서는 Belk사가 LBO이후 기대와는 달리 사업부진으로 수익이 감소하고 코로나사태로 인한 사태의 악화로 구조조정에 이르게 된 과정을 정리한다.

III장에서는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한다. Belk사의 구조조정의 특징으로는 먼저 회생절차개시신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하기 전에 Sycamore와 담보채권자들 사이에 구조조정의 내용에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들은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Restructuring Support Agreement(RSA)(2020.7.14.포스트)를 체결하였다.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RSA는 채권자들과 사전조정을 거친다는 점에서는 사전조정제도(prepackaged bankruptcy)와 유사하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후자가 확정적인 계획안에 대해서 정식의 동의를 받는 것에 비하여 전자는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계획안이 그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채권자가 동의하기로 약속하는데 그친다는 점에서 훨씬 융통성이 있다. RSA는 회생절차의 신속한 종결가능성을 사전에 대외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을 지속하는 것을 돕는 기능을 한다.

합의의 내용은 복잡하지만 다음 네 가지로 단순화할 수 있다. ①Sycamore와 일부 담보채권자들은 재고자산을 매입하기 위하여 추가로 자금을 투입한다. ②회사의 장기부채를 약12.5% 경감한다. ③장기부채의 만기를 연장한다. ④Sycamore의 지분을 50.1%로 축소하고 나머지 지분은 채권자에게 배분한다. 불리한 변경을 감수한 이들 채권자 이외의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는 그대로 이행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합의를 그대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음에도 회생절차를 통해서 실현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회생절차개시신청서를 제출하기 약 한달 전에 Belk사는 채권자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계획안에 대한 찬반여부를 물은 결과 반대하는 채권자가 한명도 없었다.

IV장에서는 Lopuki교수의 비판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한다. 반박의 대상은 여러 가지지만 저자들이 가장 비중을 둔 것은 미국도산법의 기본원칙인 절대우선원칙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특히 저자들은 절대우선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불이익을 입는 선순위권리자집단이 계획안에 반대하는 경우인데 Belk사의 사안에서는 반대하는 채권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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