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지배구조 – 조지 오웰의 관점에 입각한 분석

ESG에 관한 문헌은 너무 많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소개를 자제하고 있지만 오늘은 그 노선에서 벗어나 그에 관한 최신 문헌을 한편 소개한다. Leo E. Strine, Jr., Ignorance is Strength: Climate Change, Corporate Governance,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Journal of Law and Political Economy, Forthcoming (2024) 저자인 Strine판사는 델라웨어주 대법원장까지 역임하고 퇴직한 후 현재 모교인 펜실베니아 로스쿨에서 재직하고 있다. 그의 논문에 대해서는 수차 소개한 바 있지만(예컨대 2021.11.15.자) 이번 논문은 조지 오웰의 관점을 차용하여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를 분석하고 있는 점과 아울러 그의 정치적 견해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논문의 요지는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가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고 이념이나 당파적 이해에 치우쳐 진행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심각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대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논의에서 기후변화부정론자들은 언어사용의 조작, 객관적 사실의 부정, 모순적 사고(Ignorance is Strength란 제목이 그 점을 보여준다)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조지 오웰이 “1984년”이나 “동물농장”에서 비판한 현상과 유사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논문은 I장 서론을 포함해서 8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논의의 진행순서를 제시한다. III장에서는 회사와 기관투자자가 기후변화를 포함한 ESG에 대해서 고려하지 말고 이익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ESG부정론자들의 기본적인 주장을 살펴본다. IV장에서는 공무원들이 기후변화의 발생여부와 경제나 사회, 나아가 인류전체에 위험을 미치는지 여부라는 사실적 문제를 외면하거나 얼버무린다는 점을 서술한다.

V장에서는 이러한 기후변화부정론과 조화되지 않는 현실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한다. ①연방법과 주법의 기본원칙에 따르면 회사와 투자자는 자기 자신과 투자자들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을 고려하는 것은 가능할 뿐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②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자신의 주주이익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그 투자자중심구조내에서 ESG와 기후변화위험을 고려한다. ③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것이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손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학계와 기업계의 압도적인 컨센서스가 존재한다.

VI장은 ESG반대론자들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한다는 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부각시킨다. ①회사가 주주이익에만 초점을 맞춰야 하고 회사재산을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투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회사 정치헌금의 최대수혜자에 속한다. 특히 이들 정치인들은 에너지회사로부터 정치헌금을 많이 받고 있다. ②또한 일부 정치인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기업들의 협동이 독점금지법에 위반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들이야말로 기후변화 부정의 선봉에서 활동해온 업계조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VII장에서 저자는 기후변화논의에 대한 오웰식의 접근방식이 두 가지 차원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한다. ①기후변화를 부정하는 反ESG운동은 회사경영자들과 기관투자자들에게 겁을 줘서 기후변화에 관한 활동을 위축시켰다. 앞으로 더 이상 ESG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BlackRock의 Larry Fink의 발언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변화는 며칠 전 국내언론에서도 기사화된 바 있다. ②기후변화부정론을 공화당 열렬지지층 다수가 정체성의 일부로 수용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저자는 이 점이 장기적으로는 더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론을 겸한 VIII장에서 저자는 이처럼 사실을 무시한 주장이 그처럼 광범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현실에 비추어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가 실패할 위험이 크다는 우울한 전망으로 끝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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