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또는 정관에 의한 이사회의 업무집행권한의 제한

이사회권한을 제한하는 회사와 주주 사이의 계약의 효력을 부인한 델라웨어 형평법원의 Moelis판결에 대해서는 이미 소개한 바 있다(2024.3.5.자). 그 판결이 선고된 후 델라웨어주 의회는 주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그 판결을 뒤엎는 회사법개정안(2024.4.2.자)을 통과시켰다. 저명한 회사법학자들이 법안을 반대하는 의견서에 대거 서명했음에도 그 법안은 주의회에서 가뿐히 통과되었고 이제 주지사의 서명 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간 Moelis판결과 법개정안에 대해서 짤막한 글은 다수 발표된 바 있다. 오늘은 그 주제에 관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Tomer Stein, Corporate Law’s Coup de Grâce: The Case for Managerial Independence (2024) 저자는 테네시주립대 로스쿨에서 회사법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현재 이사회권한을 제약하는 계약이나 정관에 관한 견해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형평법원과 다수 학설이 취하는 견해로 그에 따르면 이사회권한을 계약으로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주회사법위반으로 금지한다. 다만 정관으로 제한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본다. ②의회를 통과한 법개정안이 반영한 견해로 회사가 주주와의 계약에서 폭넓은 경영관여권을 부여함으로써 이사회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허용한다. ③이사회의 업무집행권한을 규정한 주회사법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아 계약은 물론 정관에 의한 제한도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위 논문은 위 ③의 견해를 지지한다.

영미법상 이사는 수탁자(trustee)나 대리인(agent)과 함께 受認者(fiduciary)에 속한다. 저자는 이사는 다른 수인자인 수탁자나 대리인과는 두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이사가 잔여의무자(residual obligor)로서 계약상 명시되지 않은 모든 회사의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탁자나 대리인이 본인의 의사에 구속되는 것과 대조된다. 다른 하나의 차이는 이사제도하에서는 소유와 지배가 보다 엄격하게 분리된다는 것이다. 주주는 회사가 청산하기 전에는 회사재산에 대해서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저자는 이러한 이사의 잔여의무자적 성격과 이사제도하에서의 소유와 지배의 엄격한 분리는 소유자의 잘못된 간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고유의 순기능을 갖는다고 본다. 저자는 이러한 이사제도의 두 가지 특성은 강행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며 사적자치에 의한 이사의 권한 제한을 허용하는 ①과 ②의 견해는 이러한 이사제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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