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 있는 상장회사에서의 독립사외이사의 역할

지배주주 있는 상장회사에서의 소수주주보호는 오래전부터 내가 관심을 가져온 주제였다. 거의 모든 대기업에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우리 현실에서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테마는 독일 정도를 제외하면 회사법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들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해서 참고할 만한 문헌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이젠 사정이 변하여 미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쉽게 눈에 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논의가 활발한데 어쩌면 오히려 우리보다도 더 앞선 느낌마저 들 지경이다. 오늘은 방금 도착한 상사법무 최신호에 실린 일본논문을 소개한다. 高橋陽一, 支配株主を有する上場会社において独立社外取締役に期待される役割とその限界, 商事法務 2366호(2024.8/5-15) 38면. 저자는 일본 경도대학의 중견 상법학자이다. 과거 뮌헨대학의 같은 연구소에서 지냈던 경도대학의 스자키교수를 10여 년 전 동경의 어느 학회에서 만났을 때 전도유망한 제자교수라고 내게 인사를 시켜준 일이 있다.

논문은 우선 지배주주 있는 상장회사에서의 독립사외이사의 역할이란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나도 그런 회사의 사외이사를 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논문을 보고 비로소 알게된 사실이지만 동경증권거래소(동증)는 이미 작년 12월26일에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출간했다고 한다. 그 보고서는 동증이 결성한 “종속상장회사에서의 소수주주보호의 방향 등에 관한 연구회”의 성과를 정리한 것이다. 논문은 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작성된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동증이 이 문제에 달려든 이유는 “시장개설자로서 자본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양성하는 것 및 소수주주를 포함한 투자자가 안심하고 참가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접하며 우리 거래소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지 안타까웠다.

서론을 제외한 논문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2장에서는 먼저 종속상장회사에서의 소수주주보호에 관한 이제까지의 동향을 조망한다. 저자는 일본이 지배주주의 통제를 회사법에 수용하는 대신 소프트로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2019년 경제산업성 주도로 발표된 “그룹가버넌스시스템에 관한 실무지침”과 “공정한 M&A의 방향에 관한 지침”을 소개한다. 그와 관련하여 저자는 소수주주보호를 담당하는 주체로 독립사외이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3장에서는 보고서의 개요를 설명한다. 이곳에서 내용 중 몇 가지 대목만 간단히 언급한다. 저자는 먼저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회사에서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에 경영자와 주주사이의 대리문제는 완화되는 측면이 있는 반면에 지배주주가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양자의 이해가 불일치하게 되므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통제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보고서는 독립사외이사에게 바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통제하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보고서는 앞에 언급한 소프트로와 같이 일정비율 이상의 독립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독립사외이사가 중심이 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사이의 대리문제도 회사의 상황에 따라 강도에 차이가 있는데 지배주주가 따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에는 지배주주가 회사사업만을 영위하는 경우보다 대리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특히 이익충돌위험이 있는 거래의 규제에 대해서 주목한다.

4장에서는 독립사외이사에 의한 감독이 지닌 한계를 다룬다. 독립사외이사의 능력의 한계, 인재확보의 어려움, 인센티브의 부족은 간단히 짚고 넘어가지만 지배주주의 영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친숙한 문제점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종속회사의 작위적 행위가 없는 경우에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이다. 이는 내가 늘 고심하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5장에서는 다른 유형의 이익충돌이란 제목으로 지배주주가 기업가치의 향상에 힘쓰지 않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가족기업에서 지배주주가 주가를 상승시킬 의욕이 부족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상속세부담절감을 위해서는 주가를 낮게 유지할 인센티브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부분은 우리도 오래전부터 논의하던 문제여서 눈이 번쩍 뜨이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뾰족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6장에서는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눈길을 끈 것은 선진국에서 친자상장의 사례가 드문 것은 그 비용이 효용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추정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일본에서도 그 비용이 효용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친자상장이 감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동증이 제시한 방안이 실현되는 경우에도 여러 한계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그런 상황이 쉽게 도래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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