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주식은 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에 속한다(예컨대 2023.7.29.자). 오늘은 범위가 미국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차등의결권주식의 이용실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론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Roberto Tallarita, Dual Class Contracting, Journal of Corporation Law (forthcoming 2024). 이태리출신으로 Bebchuk교수의 공저자로 잘 알려진 저자는 현재 하바드 로스쿨 조교수로 재직하며 왕성한 연구업적을 과시하고 있는 학자이다.
차등의결권주식은 1주1의결권원칙의 예외에 속한다. 그간의 논의는 주로 양자간의 선택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차등의결권주식은 설계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스펙트럼에 비할 수 있다. 논문은 차등의결권주식의 다양한 선택지 사이의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에 따르면 차등의결권주식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의결권의 차등은 ①1주1의결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인가라는 점에서의 정도(degree)와 ②차등이 존속하는 기간(duration)이란 두 가지 척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저자는 먼저 기업들이 이러한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논문에서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데이터는 두 가지로 ①1996년에서 2022년 사이에 IPO를 행한 회사의 정관 293개, 그리고 ②IPO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변호사와의 인터뷰이다.
저자는 먼저 차등의결권주식의 선택과 관련된 데이터를 제시한다(II장). 흥미로운 것은 회사의 업종과 무관하게 실제 회사들의 선택은 차등의 정도나 기간의 면에서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먼저 차등의 정도와 관련하여 지배권 확보에 필요한 주식비율을 9% 내지 10%로 정한 회사가 62%에 달함에 비하여 그 비율을 20%이상으로 정한 회사는 7% 미만에 불과하다고 한다. 차등의 기간과 관련해서는 1996년에서 2010년 사이에는 96%의 회사가 창업자의 일생 또는 영구적으로 정하였는데 비하여 2011년에서 2022년 사이에는 그 비율이 58%로 하락하였다고 한다.
저자는 차등의결권의 내용이 정해지는 과정을 변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검토한다(III장). 그에 따르면 기업이 차등의 정도와 기간을 선택할 때 시장의 관행(norms and precedents)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나아가 저자는 차등의결권 내용이 결정되는 이러한 현실을 기업계약의 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한다(IV). 저자는 전통적인 계약이론과 새로운 계약이론은 모두 차등의결권주식분야의 계약현실을 설명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대신 “시장관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