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상 주주대표소송에서의 특별소송위원회

이젠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미국 유학시절 주주대표소송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썼다(Kon Sik Kim, The Demand on Directors Requirement and the Business Judgment Rule in the Shareholders Derivative Suit, 6 Journal of Corporation Law 511-29 (1981)).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특히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은 당시 실무계에 새로이 등장한 특별소송위원회(Special Litigation Committee)란 현상이었다. 그것이 워낙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현상이다 보니 맘먹고 연구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래도 늘 관심권의 한 구석에는 남아 있었다. 마침 최근 특별소송위원회에 초점을 맞춘 논문이 발표된 것을 보고 반가웠다. 아직도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제도이긴 하지만 미국의 회사법실무를 이해하는데는 도움되는 바가 많다고 믿기에 소개한다. Mark Richardson & Joel Fleming, “Zapata Drift”: A Proposal For Improving Trust In The Special Litigation Committee Process (2024) 저자들은 주주대표소송에서 주로 원고주주를 대리하는 변호사이다. 나도 굳이 따져보자면 비교적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축에 속하지만 혹시 너무 주주쪽에 치우친 논문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내용이 비교적 합리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실무일선에서 쌓은 경험이 짙게 배어있어 매우 유익했다.

특별소송위원회(위원회)는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남용적인 주주대표소송으로부터 회사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 법적 장치이다.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회사는 피고가 아닌 이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는 독자적으로 법률고문을 채용하여 소송이 회사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그 결과를 회사에 보고한다. 위원회가 그 소송이 회사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회사는 법원에 소각하를 신청한다. 특별소송위원회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주주대표소송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견해가 많았다. 내 석사논문도 그런 부류에 속했다. 바로 그런 비판을 의식하여 델라웨어주대법원은 1981년 Zapata Corp. v. Maldonado판결(430 A.2d 779(Del. 1981))에서 위원회의 판단에 대한 심사에 적용할 기준으로 두 가지 요건을 제시하였다. 내가 주주대표소송에 대해서 논문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지도교수였던 Clark교수가 건네준 이 판결의 1심판결문을 읽고나서였다. Zapata판결의 제1요건은 위원회의 독립성과 선의(good faith), 그리고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러한 검토를 위해서는 제한적인 증거개시절차(Zapata discovery)가 허용된다. 제1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제2요건으로 법원이 독자적인 경영판단으로 회사이익의 판단에 따라 회사의 소각하신청을 배척할 수 있다.

내가 그간 잘 알지 못했던 것은 특별소송위원회가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실제로는 별로 주주대표소송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II장). 저자들이 인용한 한 연구에 따르면 델라웨어주에서 위원회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의 26년간 61건 밖에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사정이 급변하여 위원회의 활용이 늘고 위원회의 소각하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최근의 여러 사례를 통해서 상세히 설명한다(III장). 저자들은 이러한 사정변화에 대해서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한다. ①위원회의 조사가 처음부터 소각하신청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편파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②Zapata판결의 2단계 심사기준을 법원이 거의 무시하고 있다. ①과 관련해서는 특히 위원회가 채용하는 법률고문의 독립성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표시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한다(IV장). 특히 ①과 관련하여 저자들은 위원회 조사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절차의 신뢰도를 높일 것을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위원회가 회사, 피고, 제3자로부터 취득한 모든 자료와 증인면담의 녹취자료를 즉시 원고측과 공유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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