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간계약은 이론상으로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실무상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주제이다. 일반적으로 최근 국내외의 판례와 학설은 대체로 그 효력을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배경에는 회사운영에 관한 주주들의 사적 자치를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그러한 최근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본 판결을 소개한다. 東京高判 2020.1.22. 判例時報 2470호 84면. 판결의 소개는 다음 문헌에 의존하였다. 松元暢子, 議決権拘束契約の法的効力, 주리스토 1559호(2021.6) 115면.
[사실관계]
사안은 복잡하지만 취지만을 살려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1972년 부동산회사의 주식을 각각 1/3씩보유하고 있던 3명의 주주들 사이에 이사선임에 관한 의결권구속계약을 체결하였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원래 주주중 2명의 지분은 상속으로 자식들에 승계되었고(이하 실제 수에 관계없이 A와 B라고 함) 나머지 주주 1명의 보유지분은 A에게 양도됨에 따라 회사의 지분비율은 A쪽이 2/3, B쪽이 1/3로 변경되었다. 회사는 이익배당을 하지 않고 각 주주쪽의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배분해왔는데 A쪽이 자신의 보수는 계속 인상하고 2015년에 이르러서는 임기만료된 B쪽의 이사를 재임하지 않았다. 2016년 B는 회사의 해산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청구기각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리하여 B는 위 의결권구속계약을 근거로 A에게 B의 이사선임의안에 찬성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원심인 동경지방재판소는 이사선임에 관한 합의가 원래 주주들이 상속인의 대에 이르러서까지 효력을 유지할 것을 의식하고 체결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이유로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판결이유]
동경고등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주주의 의결권행사나 주식회사의 운영에 관한 주주간의 계약의 효력에 대해서는 이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주주간의 의결권행사계약에 대해서는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타방에 대해서 계약에 따른 의결권행사의 이행강제를 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도 있는가 하면 계약에 따르지 않는 의결권행사에 의하여 성립한 주주총회결의에 결의취소사유가 있는 것을 긍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 . . 그러나 주주간계약에 대해서는 계약당사자의 속성, 계약내용, 계약체결의 동기목적, 계약당사자가 가진 주식의 종류나 의결권이 총주식에서 점하는 비율, 계약의 체결시기 등이 천차만별이다. 이에 수반하여 주주간계약의 법적 효력의 유무나 법적 효력이 있는 경우의 효력의 내용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계약당사자의 인식도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 . . 위의 각요소를 검토한 다음에 계약당사자인 주주의 합리적의사를 탐구하여 당사자 쌍방이 법적 효력을 발생시킬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 법적 효력을 수반하지 않는 신사협정적인 것으로 할 의사를 갖고 있은 것에 불과하였는지, 법적 효력을 발생시킬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 효력의 내용・정도(손해배상을 허용하는데 그칠 것인가, 계약에 따른 의결권행사의 이행강제를 할 수 있는가 . . .등)에 대하여 계약당사자의 의사를 사실인정한 다음에 당사자가 주장하는 법적 효과가 긍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 내용, 방침, 의도로부터 법적 효력을 발생시킬 의사가 명확하게 인정할 수 있는 주주간계약에 대해서는 계약에 따른 의결권행사의 이행을 강제하는 내용의 재판(판결・가처분명령)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 계약에 따르지 않은 의결권행사에 의하여 주주총회결의에 대해서 정관위반이 있는 경우에 준하여 주주총회결의취소의 판결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후자의 주주총회결의취소판결이 가능한 것은 주주간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주주에게 예상외의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발행주식의 전부를 주주간계약의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주주간계약의 종기에 대해서는 주주간계약의 내용이나 계약당사자의 방침, 의도 등으로부터 확정기한, 불확정기한, 해제조건 등의 종기의 유무를 개별의 주주간계약별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주주간계약에 구체적인 정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효기간을 한정하기 위하여 (미국의 주법에 따라 계약체결 후 10년간에 한하여 유효라고 해석하는 등) 일률적으로 계약의 유효기간의 정함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필요치 않다고 해석된다.”
“1972년 합의 . . . 의 계약당사자의 의사는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바로 있을 정기주주총회(1972년5월)에서 이사선임의안에 대한 의결권행사내용을 사실상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사선임합의에 어떠한 법적 효력을 부여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하물며 장래에 향하여 1972년5월보다 뒤에 개최될 주주총회에 대해서도 (계약에 따른 의결권행사의 이행강제를 하는 것이 가능한) 강한 법적 효력을 부여할 의사가 있었다고 하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설사 계약당사자에게 1972년 합의 . . .에 어떠한 법적 효력을 부여할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계약당사자의 의사는 특정인인 이사후보자 또는 자연인인 계약당사장에 상속이 발생한 경우에는 합의의 법적 효력은 소멸한다고 하는 것이었다고 추인하는 것이 무리가 없을 것이다. . . . 따라서 설사 어떠한 법적 효력을 부여할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합의의 법적 효력은 이미 소멸한 상태이다.”